올해 경매시장이 '사상 최대 시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돈'과 '사람'이 몰린 것은 물론 '재미(수익률)'도 짭잘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 여파로 조선소,대학교,멀티플렉스 영화관,골프장,교회 등 이색 대형 물건이 늘어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진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11일 경매정보 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전국 경매시장에서 낙찰된 물건의 총액(낙찰가 총액)은 15조8474억원으로 작년 연간 규모(12조3496억원)에 비해 28.3%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시장이 최대 호황을 누렸던 2006년의 최고 기록(14조1573억원)과 비교해도 12% 확대된 규모다. 낙찰가 총액은 이런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 16조5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람'(입찰자 수)도 작년 31만9800여명에서 올해는 35만6600여명으로 11.5% 많아졌다. 입찰경쟁률도 올해 3.62 대 1을 기록,작년(3.36 대 1)보다 크게 높아졌다. 2005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경매물건 수는 전국 단위에선 31만9600여건으로 작년(31만4600여건)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수도권만 놓고 보면 9만1800여건으로 작년보다 18% 확대됐다. 경기침체 여파가 수도권에서 더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고액 경매물건도 예전보다 눈에 띄게 많아졌다. 100억원이 넘는 대형 경매물건은 작년 359건에서 올해 426건으로 18% 신장했다. 이전엔 경매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물건들도 많았다. 감정가 290억여원짜리 조선소(부산 원영조선),대학교(경북 경산 아시아대학),골프장(부산),납골묘(부산)는 물론 270억원짜리 교회(송파구 장지동)와 190억원짜리 영화관(서울 영등포구 문래CGV)도 시장에 쏟아졌다.

이정민 디지털태인 팀장은 "작년 가을 글로벌 금융위기로 수도권에서 경매물건이 쏟아진 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로 시장이 급속히 회복되자 뭉칫돈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로 최근 1~2개월간 경매시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론 외환위기 이후 '반짝'했던 경매시장이 다시 기지개를 켠 한 해가 됐다"고 말했다.

경매시장의 수익률도 꽤 높아졌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 추이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경매 낙찰가율은 올 1분기 62%대를 유지하다 5월에 70%를 돌파했다. 하반기엔 담보대출 규제 효과가 나타난 11월 이전까지 72%대를 지키다 이달 들어 71.8%로 소폭 낮아졌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연초 60%대의 낙찰가율로 경매물건을 잡은 사람들은 상당한 수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