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을 편법으로 취득해 자녀에게 증여하거나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해 기업 자금을 유출하는 탈세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과세당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를 활용하거나 차명계좌를 이용해 소액을 분산 송금하는 등 지능적인 자금세탁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세피난처 악용…배당소득 신고 않고 '꿀꺽'
국세청은 해외에 재산을 몰래 숨기는 등 탈세 혐의가 있는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39건을 조사,탈루소득 3134억원을 확인하고 이 가운데 1534억원을 추징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해외 부동산 등을 편법으로 취득해 자녀에게 증여(6건 · 228억원 추징)하거나 해외 배당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종교단체와 타인 등의 명의로 국내로 반입(14건 · 434억원)했다. 또 조세피난처 등의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해 지급수수료나 임가공료 등을 과다 지급해 소득을 유출(14건 · 152억원)하고,조세조약 남용 및 가격조작을 통해 해외 특수관계자에게 부당하게 소득을 이전(5건 · 720억원)하기도 했다.

특히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경우 임가공 단가를 조작하거나 해외자문수수료 등 용역 대가를 차명계좌 등을 통해 국내에 분산 반입하기도 했다. 또 매출 급증에 따른 법인세 등을 회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있는 해외 관계사에 실제 있지도 않은 용역 대가를 지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철저한 조사를 위해 신고 내용의 적정성과 함께 혐의자 본인 및 관련 기업의 자금 출처를 정밀 검토했으며,해외자료 확인을 위해 외국 과세당국과 정보를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또 이번 조사와 별도로 그동안 수집된 자료나 지방청의 심리분석전담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최근 해외소득 탈루 혐의가 높은 24건에 대한 세무조사에도 전격 착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해외 부동산 편법 취득 및 증여 혐의자 16건,이자나 배당소득 등 해외소득을 숨긴 고소득 자산가 5건,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법인자금 유출 혐의자 3건 등이다. 이 중에는 하와이 와이키키해변 호화 콘도를 사들인 국내 거주자 44명 가운데 거래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28세대 등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포함됐다. 영국 모 은행에 억대의 예금을 본인과 가족 명의로 예치하고 이자소득 등을 신고하지 않은 자도 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지난 8월 가입한 국제탈세정보교환센터(JITSIC)를 활용해 세계 각국 간 정보공조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달 설립된 '역외탈세 추적전담센터'의 정보수집 활동에도 더욱 힘쓰기로 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스위스 UBS은행 탈세사건 등을 계기로 해외탈세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되자 지난 8월 발표한 '국세행정 변화방안'에서 국제거래를 이용한 탈세 차단을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송광조 국세청 조사국장은 "정상적인 국제거래 활동에는 세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지만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해외 자산은닉 등 소득탈루 행위에 대해서는 모든 역량을 집중해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