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2003년 이후 7년간 구조조정과 내실 경영을 통해 확보한 투자여력을 토대로 본격적인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백화점 부문에선 2015년까지 매년 1개씩 6개 점포를 늘리고,비백화점 부문에선 적극적인 M&A(인수 · 합병)에 나설 계획이다.

부채비율 42%로 최저

경청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은 8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올해 그룹 총매출 7조8000억원과 경상이익 6000억여원을 올릴 전망"이라며 "법인세 · 감가상각을 제외한 순현금으로 매년 6000억원 이상 재투자 여력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정지선 회장이 2003년 그룹 총괄 부회장에 취임해 오너경영 체제로 전환한 이후 7년간 꾸준히 내실을 다져왔다"며 "이제 '선(先) 내실' 전략을 마감하고 내년부터는 성장성을 높이는 투자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룹의 올해 총매출은 2003년에 비해 33% 증가에 그쳤지만 경상이익은 198% 늘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2003년 3.4%에서 올해 7.7%로 두 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04%에서 42%로 낮아져,지난해 자산 기준 재계 순위는 33위이지만 재무 안정성은 가장 뛰어나다. 또 올해 말 6500억원의 현금자산을 확보하게 돼 차입금(4900억원)을 뺀 순현금자산이 1600억원대에 이른다.

이처럼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추게 된 것은 현대백화점 부평점,반포점,울산 성남점 등 부실 점포와 호텔현대 매각,2000여명의 인원 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다. 1400억원의 카드 부실채권도 2003년부터 3년간 모두 털어냈다.

오너경영 체제의 힘

경 부회장은 "장기적 관점에서 그룹의 미래를 그리는 오너의 결단이 없으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룹의 구심점이 되어 주요 정책을 결정하고 임직원 결속을 이뤄낸 정 회장의 역할이 컸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사원부터 부장까지 각 직급별 대표와 한 달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만나 경영상황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었고,임직원들이 자긍심을 갖도록 급여수준과 후생복지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경 부회장은 정 회장과 함께 2003년부터 경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2006년에는 정 회장과 경 부회장이 나란히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주요 사안을 함께 의논하고 협의하지만 최종 결정은 정 회장의 몫"이라며 "지난 7년간 자리잡은 오너경영 체제가 향후 공격적인 투자 과정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화점에 2조2000억원 투자

현대백화점그룹은 2015년까지 백화점 신규 출점과 증축 · 리뉴얼에만 2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내년 7월 일산 킨텍스점 개장을 시작으로 2011년 대구점,2012년 청주점,2013년 양재점,2014년 수원 광교점,2015년 아산점 등 6개 점포를 차례로 연다. 수도권에 1~2개 점포를 추가로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렛 사업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내년 1월부터 무역센터점을 2만6400㎡(8000평) 증축하는 공사에 들어가고 천호점도 영업면적을 6600㎡(2000평)가량 늘린다. 무역센터점은 증축이 완료될 경우 영업면적 5만9550㎡(1만8000평)로 신세계 강남점과 롯데 잠실점을 제치고 서울 강남권의 최대 백화점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비백화점 부문에선 유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업종에 대해서도 M&A를 추진할 계획이다. 반면 대형마트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 인수팀을 해체했다. 롯데,신세계와 달리 해외시장 진출도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한 추진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