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경영은 이제 대부분의 기업들에 필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급속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이 단순히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와 사회의 인정과 존경을 받는 것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존슨앤드존슨, 3M, 인터내셔널페이퍼, 노드롭그루만, 데이진, ABB 등 글로벌 정도경영의 선두주자들은 20여년 전부터 정도경영을 기업의 최우선 가치 가운데 하나로 삼고 관리하고 있을 정도다.

정도경영의 본질은 투명한 기업경영, 철저한 윤리경영, 기업의 사회적 기여를 통해 고객의 진정한 감동을 얻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와 사회로부터 높은 신뢰와 존경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많이 언급되고 있는 윤리경영, 기업의 사회공헌, 고객서비스, 인재경영, 상생 협력 등을 모두 포괄하는 상위 개념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정도경영은 깨끗하고 투명한 방식으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하고, 신뢰에 기반한 강한 경쟁력을 갖춘 회사를 만드는 걸 의미한다. 나아가 고객은 물론 사원, 협력업체, 주주, 사회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될 때 정도경영의 완성이 이뤄진다 할 수 있다.

정도경영은 글로벌 경쟁이 기업 내부 역량 제고에 그치지 않고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협력업체와의 원가절감, 스피드 제고는 물론 신제품, 신사업 발굴까지 함께하는 상생의 파트너십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 기업이 사회에서 어떤 평판을 유지하느냐가 기업의 장기적인 지속성을 결정짓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2001년 일본 식료품 업체인 유키지루시(雪印)는 사용금지된 식자재를 원료로 사용하다가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 도산에 이르게 됐다. 2006년 엔론 사태도 기업의 자발적인 윤리준수 노력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었다.

1982년 존슨앤드존슨(J&J)이 주력 상품이던 타이레놀 복용자의 사망 사건에서 보여준 적극적이고 책임감있는 대처는 정도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당시 J&J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시중에 판매되는 모든 타이레놀을 수거하기로 즉각 결정했다. 총 1억5000만달러의 천문학적 비용이 든데다 조사 결과 제조 과정에서 결백함이 증명되기까지 했지만 J&J의 조치는 손실로 기억되지 않는다. 믿을 만한 기업으로 평판을 크게 높였고 장기적으로 기업매출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가장 정교하고 엄격한 환경 기준을 적용하기로 유명한 3M은 자신들의 오염 방지 프로그램인 3P를 다른 기업들에 판매해 3M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삼았다. 정도경영이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전략적 혹은 경쟁력 우위의 원천까지 발전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국내에서 정도경영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과 제도가 경영환경 변화를 신속하게 반영하지 못하는 반면에 국민적 기대가 워낙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불법이 아니더라도 국민정서와 상충하는 애매한 사례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영자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소비자와 국민의 사회적 통념까지 고려해야 경영목표 달성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한국경제신문사는 소비자와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받고 있는 기업 및 경영인을 선정하는 '대한민국 정도경영대상'을 마련했다. 우리 기업들의 브랜드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높여 세계 최고 수준의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일조하기 위해서다.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정도경영대상은 응모 기업 접수 및 심사를 위해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각 기업들을 대상으로 엄격한 평가를 실시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철학과 참여도, 비전 · 행동양식 · 이념체계, 정도경영 체계의 적절성 등을 평가하는 '정도경영 비전 및 전략'을 비롯해 △실행체계, 추진 조직의 구성 및 적절성, 실천 노력도,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정도를 포괄하는 '정도경영 활동' △성과평가의 적절성 및 현실성, 정도경영 수준, 해당업종 대비 경쟁력, 경영기여도와 연관된 '정도경영 성과' 항목 등을 통해 정도경영 기업으로서의 자질을 평가했다.

이를 통해 정도경영을 향한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한 한 명의 CEO와 고객서비스, 노사화합, 사회공헌, 상생협력, 윤리경영, 인재경영, 지배구조 등 각 부문에서 뛰어난 실적을 보인 9개 기업들이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에 선정된 정도경영 기업들은 단순한 모방자가 아니라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정도경영 모델을 구축해 다른 기업들을 선도해 나가고 있다. 수상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정직하고 건전한 기업임을 인정받고 있으며,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위대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고객과 주주, 협력사 모두에게 상생의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기도 하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과 도덕적 역량이 중요한 시대다. 정도경영을 실천해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지 주목해야 할 때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