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상장사들의 시설 투자 공시 규모가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위기 여파로 상반기에 움츠렸던 기업들이 경기 회복이 뚜렷해지자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하반기(7~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 법인이 공시한 신규 시설 투자 규모는 19조597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 4조6655억원에서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반기 기준 이전 최고치였던 작년 상반기(19조9650억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이번 달 투자분까지 감안하면 20조원을 웃돌아 반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 이미 현대해상(830억원) 현대시멘트(761억원) 삼화콘덴서공업(79억원) 등이 시설 투자를 결정했다.

금융위기로 인해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엔 경기 회복이 본격화되면서 시설 투자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석 신한금융투자 투자분석부장은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 안팎으로 전망될 정도로 경기 불확실성이 가셨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대기업들의 녹색성장 투자 등을 적극 독려한 영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상반기 부진에 따라 연간 시설 투자 공시 규모는 2005년(16조9800억원) 이후 최저인 23조4500억원으로 나타났다. 시설 투자 공시 규모는 2006년 30조2700억원,2007년 32조5600억원,2008년 34조54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반기 1조원이 넘는 시설 투자 계획을 밝힌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총 8곳이다. LG디스플레이가 파주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시설 증설에 3조27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하이닉스는 청주 신규 공장 건설에 2조1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또 대우인터내셔널(2조957억원) 포스코(1조9276억원) SK에너지(1조5200억원) LG이노텍(1조1529억원) STX팬오션(1조204억원) 넥센타이어(1조원) 등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정 부장은 "시설 투자 공시는 투자계획을 밝힌 것으로 실제 집행된 금액을 뜻하는 것은 아니어서 내년 경기 회복 속도가 기업들의 투자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코스닥 상장 기업의 경우 올해 하반기 시설 투자 공시 규모는 4089억원으로 상반기(2063억원)보다 크게 늘었지만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