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가 정작 자신의 살림살이에는 주먹구구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적이 전무한 의원연구단체에 예산을 지원하고 유죄판결을 받은 전직 의원에게도 '연로 회원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국회 사무처 예산 곳곳에 문제점이 나타났다.

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2010년 국회사무처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입법과 정책개발 예산은 올해와 같은 91억6700만원이 책정됐다. 하지만 2006년부터 매년 12월에 30% 이상 집행됐고 올해도 10월 말까지 집행률이 53.1%에 그치는 등 '몰아쓰기'가 심했다.

연구보고서를 내지 않은 미활동 의원연구단체에 1800만원을 꼬박꼬박 지원했고,의원 특별인센티브는 단순히 발의 및 가결 건수를 기준으로 지급했다. 국회는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월 자문위원 152명을 위촉했지만 지금까지 자문 건수는 1인당 1건에 그쳤다. 계획됐던 분야별 회의도 열지 못해 내년 운영예산 2억1600만원에 대해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다.

국회 사무처가 의원 생활보장에 막대한 예산을 배정했다.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의 '생활보장 및 복리향상'을 위해 내년 예산에 106억원의 헌정회 보조금이 편성됐다. 국회는 1988년 연로회원(당시 70세 이상)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올해부터 매월 1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헌정회는 지난 9월 지침을 바꿔 금고 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전직 의원도 집행이 종료 또는 면제되면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해 '제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논란을 빚었다.

내년 국회청사 관리에는 올해보다 22% 늘어난 280억원이 책정됐다. 국회에 방문하는 외빈의 접견이나 연회를 위해 국회 내 의원동산에 전통한옥건물을 짓는 데 12억3700만원,본관 벽면과 분수대의 화강석을 교체하는 데 2억8900만원의 예산이 각각 포함됐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