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만인의 탁월성 교육을 위한 고교체제 개편안'은 사실상 외국어고 개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이번 개편으로 '사교육비 절감과 수월성 교육의 유지'라는 2개의 개혁목표가 제대로 달성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지적이다. 외고가 국제고로 무늬만 바뀔 수 있고 학생 수 감축이 자칫 더 뛰어난 학생만 모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외고 존속해도 규모 축소해야

외국어고는 존속하더라도 학급 수(현재 10~12학급)나 학급당 학생 수(36.5명)를 과학고 수준인 6학급 및 학급당 16.9명 규모로 줄여야 한다. 외고로 남으려면 학생 수를 현재의 4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 셈이다. 선발방식도 영어듣기평가나 구술면접이 금지되며 사교육을 잠재우도록 입학사정관 전형을 실시해야 한다. 전체 정원을 뽑아 학과를 나누던 것도 학과별 선발로 바뀐다.

◆국제고 · 자율형사립고 등으로 전환

학교 자율선택(1안)이든 강제 전환(2안)이든 외고가 폐지된다면 현재 외고는 국제고,자율형사립고,자율형공립고,일반고 등으로 바뀐다. 외고의 여건이 해당학교 기준에 맞느냐에 따라 전환유형이 달라지고 선발방식도 해당 학교 유형을 따라야 한다. 국제고로 전환하면 국제계열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영어듣기,해당언어 에세이 작성,구술 면접 등 현행 국제고 선발방식을 적용할 수 있다.

학생납입금의 5% 이하(도 소재지는 3% 이하)인 법인전입금 기준을 맞추면 자율형사립고로 전환할 수 있다. 중학 내신 기준 상위 50% 가운데 추첨선발(비평준화지역은 학교별 선발)로 신입생을 뽑을 수 있다.

일반계고교가 된다면 '외국어 특성화과정'을 개설할 수 있다. 후기 일반계고교에 앞서 우선 추첨 · 배정으로 신입생을 선발(비평준화지역은 학교별 선발)할 수 있다.


◆사교육비 줄일 수 있을까

외고가 개편되더라도 사교육비를 줄일지는 미지수다. 존속하되 학생 수를 줄인다면 경쟁률이 더욱 높아져 사교육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유형으로 전환하더라도 학교별 선발이 가능한 국제고로 바뀌면 국제고 입시를 위한 사교육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자율형사립고 역시 내신 50% 안에 들어가기 위해 중학교 단계에서의 사교육이 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어 우수자'를 육성한다는 설립취지 달성은 국제고에서나 가능하겠지만,국제고 역시 '제2의 입시명문고'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부산국제고의 경우 40.4%가 서울 · 고려 · 연세대에 진학했다.

◆일반고 경쟁력 강화

고교 유형은 일반계고,특성화고,특목고,자율고 등으로 단순화된다. 일반고에는 졸업요건 부과,수학 · 영어 10~15단계 무학년제 및 교과교실제 전면실시 등이 제시됐다.

영어와 수학의 경우 단계별로 도달해야 할 국가 수준의 성취기준을 정해 각 단계를 통과해야 다음 단계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시험은 단답형이나 논술형으로 치러진다. 내신성적도 다른 과목과 분리해 단계별 강좌에서 취득한 학점으로 대신한다.

일반계고 졸업조건으로 출석 일수와 함께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반드시 이수해야 할 최소 필수과목과 수업량 및 성취수준을 설정하도록 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