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벽 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의 핵심 이슈 가운데 하나가 노조 전임자 문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노조의 조합원은 2만5000여명이지만 전임자는 61명에 달하고 있다. 정부가 권고하고 있는 적정 노조 전임자 수 20명의 3배다. 전임자 임금으로만 매년 30억원이 나가고 있다. 코레일 측은 노조 전임자 수를 20명으로 줄일 것을 요구하지만 노조는 "근로조건 악화를 초래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과다한 노조 전임자 문제로 노사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많다. 지난 5월 민주노총 소속 전국금속노조에 가입한 한국3M지부(조합원 660여명)는 지난 7월과 8월 20여 차례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였다. 전임자 5명과 교섭위원 8명에 대한 유급 인정 요구안에 대해 회사 측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회사가 제시한 전임자 3명과 유급 인정 교섭위원 8명으로 교섭을 타결지었다.

지난 18일부터 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 산하 공공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회보험지부(조합원 5600여명)도 임금 인상과 과다한 전임자 수가 핵심 이슈다. 공단 측은 전임자 22명을 14명으로 줄일 것을 제안했지만 노조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의 힘이 강할수록 전임자 수는 많다. 강성 노조의 경우 힘으로 밀어붙여 전임자를 확보하고 전임자는 분배와 투쟁전략을 짜는 데 몰두한다. 노조 전임자 증원 요구→회사 측 거부→파업→전임자 증원이란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구조다. 툭하면 파업을 벌이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에 전임자 수가 많은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노조 설립 이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여온 현대자동차 노조에는 내부 전임자 82명,금속노조 파견 11명,민주노총 파견 5명,임시상근자 119명 등 사실상 전임자가 217명에 달한다. 회사 측이 이들에게 지급하는 지원액은 연간 137억원에 이른다. 포항의 철제 파이프 제조업체인 진방스틸코리아 노조는 지난 7월 이후 정리해고 철회와 함께 전임자 2명에 대한 임금 지급,교섭위원 5명 인정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회사 측은 조합원이 50여명에 불과해 전임자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회사는 교섭위원 3명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 사업장에도 민주노총 소속인 경우에는 전임자 수가 적정선을 넘어선다. 경주 외동농공단지에 위치한 조합원 700명의 다스 노조는 지난해 상급단체를 한국노총에서 민주노총으로 변경한 뒤 전임자를 4명에서 11명으로 늘렸고,조합원이 19명인 대동산업에는 전임자만 3명이다.

일부 사업장의 노조 전임자들은 일을 하지 않고도 특근 및 잔업수당까지 받는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초 자동차 생산이 줄어 생산현장 근로자들은 잔업과 특근수당이 깎였지만 전임자들은 수당을 온전히 받았다. 단체협약에 일을 하지 않는 전임자에게도 월 135시간에 해당하는 연장근무 수당을 지급하도록 명시했기 때문이다. 전임자는 파업만 해도 임금을 받고 잔업과 주말 특근을 하지 않아도 수당을 받는 이중의 혜택을 보는 것이다. 기아차는 노조 전임자에 대해 월 65시간의 연장근로 시간을 인정,일을 하지 않아도 1인당 월 평균 40만~50만원의 수당을 지불하고 있다.

공기업에서도 노조 전임자에 대한 혜택은 넘쳐난다. 한국도로공사 노사 단협은 '노조 전임자의 근무성적평정 점수는 동일 직종과 직급 승진자 상위 4분의 1의 평균 점수를 적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가스공사 역시 '노조 전임자 쟁의행위에 대해 민 · 형사상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으며,한국공항공사는 반(反)조합적인 비조합원에 대해 노조가 요구할 경우 징계에 회부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노조 전임자 수는 2008년 말 기준 1만583명이며 이들에게 지급한 급여 총액은 4288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임자 1명당 평균 조합원 수는 149명이고,노조 1곳당 전임자 수는 2.7명이다. 전임자 임금은 대체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출장비,휴대폰 요금,연월차휴가 대체수당,연장근로 수당 등 갖가지 명목의 추가 혜택도 지원하고 있다. 회사가 노조에 지급하는 1년 평균 경비 지원도 115만1000원꼴인 것으로 조사됐다. 노조 지원은 △사무실 경비 (55.7%) △창립기념 행사(17.4%) △출장비(8.0%) △집기 비품(3.3%) 등의 형태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노조 전임자기금 설치 사업장은 4%에 불과했다.

최재황 한국경총 이사는 "노조가 떼법으로 쟁취한 과다한 전임자는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왜곡시키는 주요 요인"이라며 "노조 재정에서 전임자 임금을 충당해야 노동운동이 선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