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 동의 없이 몰래 녹음한 대화 내용이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까. '미술품 강매' 혐의로 구속된 안원구 국세청 국장의 부인이 "남편에게 사퇴 권유 외압이 있었다"며 공개한 녹취록의 증거 능력 여부가 관심이다.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는 것은 오히려 최대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중대 범죄에 속할뿐더러,녹음물을 재판이나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이 다른 사람과 한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대법원은 1998년 강간범이 범행 후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오자 피해자가 이를 녹음해 증거로 제출한 사건에서 "상대가 모르게 녹음한 것이라 해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번에 공개된 녹취록은 안 국장 본인이 다른 국세청 고위 간부와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어서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증거로 채택된다 해도 증거 가치,즉 '증명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미지수다.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상대방이 단순히 말실수를 한 경우나 녹음이 의도에 맞게 편집된 경우 등은 증명력을 인정받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안 국장의 대화 상대인 국세청 간부 A씨는 "(사직서를 요구하는 것은) 청와대를 포함해 정부 전체의 판단"이라는 대목에 대해 "안 국장을 압박하기 위해 청와대와는 아무런 상관없이 자의적으로 한 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대화 외에 타인이 낸 다른 소리를 몰래 녹음했을 경우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어서 처벌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증거로 인정되기도 쉽지 않다. 녹음 내용이 타인의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했을 경우에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