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미국과 중동계 투자자 컨소시엄이 복수로 23일 선정됐다. 계약의 안정적 이행을 위해 두 곳 모두 본계약 직전까지 끌고 가면서 경쟁을 시키겠다는 게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매각주간사의 전략이다. 인수 · 합병(M&A) 업계에서는 그러나 복수의 우선협상자 선정은 국제적인 대형 딜(deal)에는 없는 관행이라며 우선협상 대상자들의 인수의지와 자금조달 능력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어 최종 대금납입 전까지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동과 미국의 2파전

미국계 투자자로 구성된 TR컨소시엄의 주요 투자자는 지난해 뉴욕지역 매출액 기준 1위 건설업체인 티시맨 (Tishman) 건설과 한국계 부동산 개발업체인 AC개발 등이다. 티시맨 건설은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재건축 사업의 프로젝트매니저(PM)를 맡았으며 뱅크 오브 아메리카 타워,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등을 시공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TR컨소시엄에는 아메리카 뱅크노트,씨티은행 외에 중동의 국부펀드까지 컨소시엄의 파트너로 참여했다.

자베즈(JABEZ) 파트너스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국부펀드 중 하나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가 주요 투자자로 들어왔다. 국내 사모펀드(PEF)인 자베즈는 시중은행 부행장 출신이 대표로 있으며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출신의 투자금융(IB) 전문가가 포진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베즈가 상당히 짜임새 있게 컨소시엄을 구성했다"며 '이름만 들으면 다 알 수 있는 국내 대기업도 전략적 투자자로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은 모두 자신들이 보유한 해외수주 경쟁력과 대우건설의 시공능력이 합쳐질 경우 기업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금호 관계자는 "두 곳 중 어느 한 곳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평가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상막하"라고 말했다.

◆시장의 의구심

시장에서는 대우건설 매각이 완결될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선협상자의 복수 지정도 그만큼 인수 후보들의 능력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 아니냐는 것이다. 양해각서 체결과 이행보증금 납부라는 일반적인 안전장치를 확보하지 못한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때문에 자칫 자금조달 능력 없이 협상만 진행하다가 매각 절차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불식되지 않고 있다.

매각주간사 관계자는 그러나 "두 곳 모두 맥킨지 등 세계적인 컨설팅업체와 국내 대형 로펌 및 회계법인을 고용하면서 인수전 참여 비용으로만 최소 50억원 이상 지출했다"며 "인수의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이행보증금을 받는 것이 M&A의 관례인 것처럼 이뤄졌으나 글로벌 M&A의 절차상 이행보증금 제도는 일반적인 사항이 아니다"고 말했다.

◆내달 중순 본계약

금호는 두 곳과 개별협상을 통해 남은 쟁점사항에 대한 협상과 상세실사를 끝내고 내달 중순 대우건설 재무적 투자자들이 풋백옵션(금호가 투자자 지분을 되사주기로 한 계약) 행사 여부를 결정하기 이전에 계약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 금호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임직원에 대한 고용보장 각서와 향후 경영계획,인수대금 납입조건 등에 대한 협상을 빨리 끝내는 곳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될 것"이라며 "두 곳이 치열한 시간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 측은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매각대금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을 계약금으로 내도록 할 방침이다. 금호 측은 인수가격은 입찰제안서에 제시한 가격에서 5% 안팎의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매각대금을 3조원으로 가정할 경우 계약금만 3000억원으로 주금 납입에 대한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대금 납입 시한은 내년 2월 말까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