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정부 부채가 급증하면서 이들 나라 국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일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상품 거래가 최근 1년 새 두 배로 증가했다. CDS란 채권 등 금융자산의 디폴트 가능성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계약으로 CDS 거래가 늘어난 것은 그만큼 디폴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의 CDS 거래 규모는 1년 전엔 4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억달러에 달한다. 영국의 CDS 거래는 120억달러에서 240억달러로,일본은 70억달러에서 150억달러로 늘어났다. 선진국 가운데 정부 채무 부담이 가장 큰 이탈리아의 경우 1510억달러에서 2160억달러로 급증했다.

반면 러시아 브라질 우크라이나 등 이머징 국가들은 같은 기간 CDS 거래가 줄어들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브라질의 CDS 거래는 1490억달러에서 1250억달러로,러시아는 1110억달러에서 1010억달러로 감소했다.

투자자들은 과거 선진국 국채의 CDS에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선진국이 국채를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부양 등으로 정부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은 보험 차원에서 CDS 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에서 공공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06년엔 61.7%였으나 내년엔 97.5%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도 172.1%에서 199.8%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