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토착비리 수사가 기초자치단체 공무원 부패를 정조준하면서 지역 공직사회가 바짝 엎드리고 있다. 건설 비리 수사 과정에서 지역 공무원과 건설사,조합 간의 유착관계를 포착한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는 양상이어서 사정 한파가 전국 관가를 강타할 전망이다.

◆오산시장 구속,전 경기도 간부 체포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경기 안성시 스테이트월셔 골프장 인허가 비리 수사와 관련해 한모 행정안전부 국장을 19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한 국장이 2004년부터 2006년까지 경기도청에 근무하면서 스테이트월셔 골프장의 인허가를 도와주는 대가로 골프장 회장 공모씨에게서 돈을 받았는지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앞서 골프장 부지 매입 과정에서 84억원의 비자금을 만들고 이 중 약 34억원을 횡령해 로비자금 등으로 쓴 혐의로 공씨를 구속기소했다. 수원지검 특수부도 이날 이기하 오산시장의 아파트 인허가 비리사건과 관련해 이 시장 등 5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06년 오산시 양산동 D아파트 사업을 시행하는 M사 임원 홍모씨(63)로부터 인허가 업무와 관련해 20억원을 약속받고 지난 5~9월 그 중 10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건설-토착 세력 유착 비리가 타깃

공무원 대상 수사는 지난 9월 서울동부지검의 잠실 주공2단지 재건축 조합장과 전직 경찰관 체포에서 불씨가 감지됐다. 건설사와 조합이 주요 타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전직 경찰이 연루됐다는 점에서 공무원 비리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관측됐다. 이후 검찰은 서울 송파구를 비롯해 수도권 8개 재건축 · 재개발 단지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송파구청 공무원이 재건축 조합 설립을 인가해주는 대가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포착해 공무원 수사의 신호탄을 올렸다.

이후 전국적으로 검찰 수사 진행 상황이 줄줄이 포착되면서 기초자치단체 관가에는 불안감이 증폭됐다. 검찰은 일선 공무원뿐만 아니라 전직 공무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 의원에게까지 칼날을 들이댔다. 지난 12일에는 승진 대가 명목으로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김진억 전북 임실군수와 김학관 임실군의회 의장을 기소했으며 17일에는 초 · 중 · 고교의 출입문과 창문 공사를 발주하는 과정에서의 비리와 관련,서울시의회 간부들에게 뇌물이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했다. 18일에는 금품을 받고 특정 업체에 가로등 공사를 발주한 경기도와 서울 서대문구청의 공무원들을 기소했다.

검찰은 주로 건설공사 발주나 인허가와 관련해 건설사와 공무원 간의 비리를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재건축 · 재개발의 이권이 커지고 지자체가 발주하는 대형 건설사업이 증가하면서 공무원과 건설사 간의 비리 문제가 축적돼 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산시 관계자는 "공무원들 사이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특히 인허가와 관련된 공무원들이 정보를 교환하면서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적으로 수사 확대될 듯

검찰 수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 관계자는 "토착비리 수사를 강조한 이명박 대통령의 지난 8 · 15 발언 이후 전선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8월 김준규 총장 취임 이후 건설업계 비리 수사가 대거 진행돼 이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굴비처럼 엮여 나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한 대형 건설사가 경기도 A시의 시청 공사를 따내면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장 3~4명이 검찰에 불려나갈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잇달아 지자체장 비리 수사 등에 나서는 것에 대해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첩보에 따라 토착비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h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