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 LG 서울대를 '찍어' 세종시 세일즈에 나서기로 한 것은 이들 빅3의 유치가 가져올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또 군소 규모의 개별기업이나 대학을 마구잡이로 유치할 경우 세종시의 컨셉트인 △과학 △지식 △기업도시의 비전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대 그룹의 막강한 투자 여력과 바이오 태양광 헬스케어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확장의지를 감안하면 대형 사업장 유치가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여기에다 세종시 입주가 가시화되는 2012년까지 상당한 시일이 남아 있어 해당 기업들의 중장기 경영계획에 세종시 입주를 반영시킬 시간적 여유도 충분한 편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만만찮다. 삼성은 개발이익 향유에 따른 특혜시비를 가장 우려하고 있고 LG는 이미 경기도 파주시에 대규모 투자(LCD설비)를 진행 중이라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정부 제안을 전향적으로 검토 중인 서울대도 공대 경영대 등 단과대 차원에서 세종시 캠퍼스 설립 주장이 돌출하고 있어 교통정리에 진땀을 빼고 있다.


'탕정 악몽' 떨치지 못하는 삼성

삼성은 세종시 신규 투자에 신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도 2004년 추진했던 '탕정 삼성 기업도시' 프로젝트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높은 땅값도 부담스럽지만 탕정기업도시처럼 특혜시비가 불거질 경우 세종시 이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시 삼성은 충남 아산시 탕정면 일대에 학교 9개소,아파트 1만1400여세대,공공시설 등을 건설해 자족기능을 갖춘 기업도시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1조5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탕정 LCD 단지를 '삼성의 심장'으로 탈바꿈시킨다는 복안이었다. 이 프로젝트의 발목을 잡은 것은 특혜 논란이었다. "정부가 삼성에 막대한 개발 이익을 안겨 주려고 한다"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삼성 기업도시 건설 계획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북진 전략' 딜레마 빠진 LG

LG그룹은 경기도 파주에 그룹의 핵심 사업장들을 모으는 '북진(北進) 전략'을 세종시 변수로 인해 수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LG는 2004년부터 올해까지 파주 7세대와 8세대 LCD패널 생산라인 구축에 9조원을 투입했다. 2018년까지 8조원 이상을 더 집어넣을 계획이다. 한 관계자는 "전자 계열사에서 세종시에 정부가 원하는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할 경우,지금까지 추진했던 북진 프로젝트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화학 계열사들 역시 기존 중장기 발전 계획을 변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이견 난무하는 서울대

서울대는 정부의 세종시 이전 제안에 대해 대책위까지 구성하며 적극 검토에 나섰다. 서울대 김명환 교무처장은 19일 "지난 12일 총장 및 각 처장과 단과대학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부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세종시 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보기에 따라선 발빠른 대응이지만 각 단과대에서 세종시 캠퍼스 신설 주장이 백출하고 '찬성-반대'의 이견도 난무하고 있어 수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최근 서울대 이장무 총장은 "단과대별로 세종시 이전 문제에 대응하지 말아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학교 법인화를 최우선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서울대가 각 단과대별로 세종시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공대는 이에 앞서 7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2013년까지 세종시에 가칭 집현캠퍼스를 설립하는 안을 대학 본부에 제출했었다.

장규호/송형석/김일규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