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부동산가격 상승 압력이 잠재해 있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계속 늘고 있어 금융시스템의 취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고 있어 외부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한은은 19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부동산가격 상승세가 주춤해졌지만 안정세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근거로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가격오름세 기대심리 △수급불균형 심화 등 3가지를 꼽았다.

한은은 주택 가격에 2분기 정도 선행하는 단기유동성 갭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단기유동성 갭이란 단기유동자금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다.

한은은 가계의 금융부채가 올해 2분기 16조원가량 늘어 6월 말 잔액이 818조4000억원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증가액은 작년 4분기 6조원,올해 1분기 5000억원에 그쳤지만 2분기 들어 급증세를 보였다.

하지만 가계의 소득여건은 고용불안으로 빠르게 개선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임금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올 2분기까지 3분기 연속 하락했고 구직단념자 등을 포함한 광의의 실업자는 작년 9월 14만명 수준에서 올 6월엔 27만명 이상으로 늘었다.

한은은 가계대출의 가산금리가 상승한 가운데 시장금리 상승압력도 높아지고 있어 가계의 이자지급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최근의 가계대출이 우량등급 위주로 나가고 있는 데다 담보인정비율(LTV) 등이 미국 영국보다 강화돼 있어 서브프라임 사태와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 상반기 상장기업의 순이익률은 3.8%로 작년 하반기 -0.6%에 비해 크게 개선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수출기업 중심으로 회복 추세다. 하지만 자기자본비율(자기자본/총자본)은 2007년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50%를 밑돌고 있다. 한은은 기업이 외부충격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그만큼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올 연말로 중소기업 지원책이 종료될 예정이어서 내년부터 차입금 연장 등 자금 재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관측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