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직접 실체를 접하기 전에는 어마어마한 공포의 대상이었다가 막상 별다른 위해를 끼치지 못하고 사라진 ‘과장된 공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미국의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18일 ‘Y2K’를 비롯한 10대 ‘과장된 공포(overblownfears)’를 선정,눈길을 끌고 있다.

뉴스위크는 공포는 컸지만 정작 파급력은 작았던 ‘과장된 공포’의 대표 주자로 ‘Y2K’를 꼽았다.초기 컴퓨터 개발자들이 메모리 사용량을 최소화하기 위해 컴퓨터가 연도표시의 마지막 두자리만 인식하도록 한 것이 2000년 1월1일이 되면 대규모 전산장애로 이어질 것이란 게 ‘Y2K 대란설’의 주요 골자였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2000년대 들어서도 심각한 전산장애로 이어지는 ‘Y2K’ 문제는 발생하지 않은 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현재 세계가 신종플루로 고전하고 있지만 지난 10여년간도 각종 전염병의 공포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움츠러들게 했다.특히 질병의 이름탓에 공포가 더욱 커진 측면도 있다는게 뉴스위크의 설명이다.뉴스위크가 꼽은 ‘실제론 별 것 아니었던’ 전염병으로는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와 광우병，조류독감 등이 있었다.이들 질병은 인류에 대재앙을 몰고 올 ‘21세기의 페스트’로 인식됐지만 실제 파괴력은 예상만큼 강하지 않았다.

또 지금은 삶의 일부분이 되버린 ‘세계화’조차도 한때는 많은 사람들에겐 공포의 대상으로 다가왔다.2001년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주오 8개국(G8) 정상회담 당시엔 “세계화가 양극화를 극도로 촉진시키고 실질적으로 다국적 기업들이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명분을 내건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밖에 블로그가 처음 등장할 때는 블로거가 언론과 통신을 장악하고 결국은 정치권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황당한 공포가 퍼졌었고,9·11 테러 직후에는 신발폭탄이 미국인들을 떨게 만들었다.이민이나 탄저균 테러 공포 등 고전적인 공포와 함께 “자폐증 유발백신이 나온다”거나 “10대들 사이에 구강성교가 번질 것”이라는 식의 상식 이하의 루머들도 사람들의 불안감을 파고들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