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 바스락 '낙엽심포니'…겨울 문턱 낭만이 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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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의 걷기 좋은 산사 길
초겨울 이른 아침,산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길 위에 두툼히 깔린 낙엽은 구름 위를 걷는 듯 푹신하다. 앙상한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눈을 맑게 해주며,차가워진 공기에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길섶의 낙엽을 헤치는 다람쥐며 청솔모가 동행을 자처해 혼자여도 심심하지 않다. 얼마 남지 않은 잎새가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져 햇빛을 튕기며 흩날린다.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풍경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사불바위
문경 사불산 대승사의 산내 암자로 향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초겨울 낙엽길 산책을 즐기고 짧은 산행 기분까지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대승사는 1500년간 명맥을 이어온 고찰이다. 삼국유사에 창건설화가 나온다. 신라 진평왕 9년(587년)에 사방여래의 상을 새긴 한 길이나 되는 큰 돌이 붉은 비단에 싸여 하늘에서 산마루에 떨어졌는데 왕이 이를 확인한 뒤 세우도록 한 절이 대승사란 것이다.
대승사 들머리 주차장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윤필암으로 올라간다. 윤필암 주차장 건너편 산길을 따르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사불바위까지 갈 수 있다. 윤필암과 대승사 길이 중간에서 만나지만 윤필암 코스가 약간 짧고 산행다운 산행도 즐길 수 있다.
윤필암에서 400m쯤 올라가면 샘물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400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산행로는 제법 가파른 구간이 많은데 올라갈수록 바위가 많이 보인다. 산행객들이 바위 위에 쌓아놓은 소원탑을 지나면 사불바위의 기단을 이루는 커다란 바위 아래쪽에 닿는다. 돌과 함께 기와 파편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사불바위를 보호하던 전각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한다.
사불바위는 아주 크다. 사방 1m 두께에 높이는 3.2m나 된다. 거대한 바위 위에 떡하니 서 있는 모습이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져 박힌 것처럼 보인다. 면별로 정확히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불바위의 네 면에는 좌상과 입상 여래불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긴 탓인지 그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암자 향한 푸근한 낙엽길
사불바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거칠 것이 없다. 좌우로 뻗어내린 산줄기가 사불바위를 보호하려는 듯 등 뒤로 빙 둘러쳐져 있다. 오른쪽 아래로 윤필암과 묘적암 풍경이 그림 같다. 윤필암은 고려 우왕 6년(1380년)에 창건된 사찰이다. 지금은 비구니 스님들의 참선도량으로 유명하다. 단정한 게 어디 하나 허점을 찾을 수 없다. 사불전에 불상을 모시지 않고 있는 게 특이하다. 불상을 모실 제단 뒷벽에 유리창을 내 정면 산마루의 사불바위가 보이도록 했다. 사불바위가 곧 사불전의 불상과 마찬가지다.
윤필암을 지나 묘적암으로 올라가는 길이 정말 좋다. 전나무 향이 어찌나 짙은지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길 중간에 있는 대승사 마애여래좌상이 눈길을 끈다.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크고 넓은 바위면이 나온다. 이 바위면에 높이 6m,어깨폭 2.2m의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결가부좌를 하고 연화좌에 앉아 명상을 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두툼한 입술과 턱의 주름이 이웃집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묘적암은 허름한 시골집 분위기의 참선도량이다. 지공,무학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화상으로 불리는 나옹 스님이 출가한 곳이라고 한다. 성철,서암 같은 고승들도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적멸 스님 혼자 수행하고 있다. 암자 마루에 앉으면 정면 멀리 산마루의 사불바위가 보인다. 비라도 부슬부슬 오는 날이면 계곡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어울려 신비스러운 풍광이 연출된다.
마당 한가운데에 놓인 한일자(一) 돌이 눈길을 끈다. 나옹 스님은 암자 옆 반야샘에서 상추를 씻다가 샘물을 뿌려 해인사에 난 불을 끄는 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스님들이 이를 믿지 않자 일부러 방바닥에 쏟은 물을 모아 공중에서 빙빙 돌리다 쳐내자 물방울이 부딪치며 마음 심자(心)가 새겨졌다는 돌이다. 암자를 향한 시선으로 보면 마음 심자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문경=글ㆍ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서울에서 경부ㆍ중부고속국도~영동고속국도~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국도~점촌ㆍ함창나들목~문경시~산양면 59번 국도~산북면~대하리삼거리~김용삼거리 좌회전~김룡사.김용삼거리에서 직진해 가다보면 길 오른쪽에 사불산 대승사 입구 표지석이 보인다.
동서울터미널과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점촌행 직행버스가 다닌다. 2시간 걸린다. 점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3000원)를 타고 점촌시내버스터미널로 가 7번 홈에서 시내버스(1500원)를 타면 김룡사와 대승사에 갈 수 있다.
게르마늄 함유 거정석 가루를 첨가한 사료를 먹인 약돌돼지고기가 유명하다. 새재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앞 새재초곡관(054-571-2320)을 많이 찾는다. 1인분 150g에 9000원.탄광촌(054-572-0154)의 양념석쇠구이도 인기다. 1인 1만2000원.소문난식당(054-572-2255)의 묵조밥은 건강식으로 최고다. 6000~1만원.중앙동에 있는 솔밭식당(054-555-4676)의 골뱅이국은 해장을 겸한 아침식사로 좋다. 6000원.김룡사 들머리의 김천식당(054-552-6943)의 닭백숙도 먹을 만하다. 3만5000원.
철로자전거를 즐겨보자.진남역(054-553-8300)과 가은역(054-571-4200)에서 출발한다. 4인 가족용 철로자전거 1대 1만원.문경종합온천(054-571-2002)과 문경기능성온천(054-572-3333)에서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문경시 관광진흥과(054)550-6392
#하늘에서 떨어진 사불바위
문경 사불산 대승사의 산내 암자로 향한다. 차분한 마음으로 초겨울 낙엽길 산책을 즐기고 짧은 산행 기분까지 만끽할 수 있는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대승사는 1500년간 명맥을 이어온 고찰이다. 삼국유사에 창건설화가 나온다. 신라 진평왕 9년(587년)에 사방여래의 상을 새긴 한 길이나 되는 큰 돌이 붉은 비단에 싸여 하늘에서 산마루에 떨어졌는데 왕이 이를 확인한 뒤 세우도록 한 절이 대승사란 것이다.
대승사 들머리 주차장에서 왼편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윤필암으로 올라간다. 윤필암 주차장 건너편 산길을 따르면 하늘에서 떨어졌다는 사불바위까지 갈 수 있다. 윤필암과 대승사 길이 중간에서 만나지만 윤필암 코스가 약간 짧고 산행다운 산행도 즐길 수 있다.
윤필암에서 400m쯤 올라가면 샘물이 나온다. 이곳에서부터 400m를 더 올라가야 한다. 산행로는 제법 가파른 구간이 많은데 올라갈수록 바위가 많이 보인다. 산행객들이 바위 위에 쌓아놓은 소원탑을 지나면 사불바위의 기단을 이루는 커다란 바위 아래쪽에 닿는다. 돌과 함께 기와 파편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사불바위를 보호하던 전각이 있었다는 증거라고 한다.
사불바위는 아주 크다. 사방 1m 두께에 높이는 3.2m나 된다. 거대한 바위 위에 떡하니 서 있는 모습이 정말 하늘에서 뚝 떨어져 박힌 것처럼 보인다. 면별로 정확히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다는 사불바위의 네 면에는 좌상과 입상 여래불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오랜 세월 비바람에 씻긴 탓인지 그 모습을 확인하기 어렵다.
#암자 향한 푸근한 낙엽길
사불바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에 거칠 것이 없다. 좌우로 뻗어내린 산줄기가 사불바위를 보호하려는 듯 등 뒤로 빙 둘러쳐져 있다. 오른쪽 아래로 윤필암과 묘적암 풍경이 그림 같다. 윤필암은 고려 우왕 6년(1380년)에 창건된 사찰이다. 지금은 비구니 스님들의 참선도량으로 유명하다. 단정한 게 어디 하나 허점을 찾을 수 없다. 사불전에 불상을 모시지 않고 있는 게 특이하다. 불상을 모실 제단 뒷벽에 유리창을 내 정면 산마루의 사불바위가 보이도록 했다. 사불바위가 곧 사불전의 불상과 마찬가지다.
윤필암을 지나 묘적암으로 올라가는 길이 정말 좋다. 전나무 향이 어찌나 짙은지 온몸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길 중간에 있는 대승사 마애여래좌상이 눈길을 끈다. 오른쪽 계단을 오르면 크고 넓은 바위면이 나온다. 이 바위면에 높이 6m,어깨폭 2.2m의 마애불이 새겨져 있다.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이라고 한다. 결가부좌를 하고 연화좌에 앉아 명상을 하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인자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두툼한 입술과 턱의 주름이 이웃집 할아버지를 연상케 한다.
묘적암은 허름한 시골집 분위기의 참선도량이다. 지공,무학과 함께 우리나라 3대 화상으로 불리는 나옹 스님이 출가한 곳이라고 한다. 성철,서암 같은 고승들도 머물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은 적멸 스님 혼자 수행하고 있다. 암자 마루에 앉으면 정면 멀리 산마루의 사불바위가 보인다. 비라도 부슬부슬 오는 날이면 계곡 아래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와 어울려 신비스러운 풍광이 연출된다.
마당 한가운데에 놓인 한일자(一) 돌이 눈길을 끈다. 나옹 스님은 암자 옆 반야샘에서 상추를 씻다가 샘물을 뿌려 해인사에 난 불을 끄는 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스님들이 이를 믿지 않자 일부러 방바닥에 쏟은 물을 모아 공중에서 빙빙 돌리다 쳐내자 물방울이 부딪치며 마음 심자(心)가 새겨졌다는 돌이다. 암자를 향한 시선으로 보면 마음 심자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문경=글ㆍ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여행 TIP
서울에서 경부ㆍ중부고속국도~영동고속국도~여주분기점~중부내륙고속국도~점촌ㆍ함창나들목~문경시~산양면 59번 국도~산북면~대하리삼거리~김용삼거리 좌회전~김룡사.김용삼거리에서 직진해 가다보면 길 오른쪽에 사불산 대승사 입구 표지석이 보인다.
동서울터미널과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점촌행 직행버스가 다닌다. 2시간 걸린다. 점촌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3000원)를 타고 점촌시내버스터미널로 가 7번 홈에서 시내버스(1500원)를 타면 김룡사와 대승사에 갈 수 있다.
게르마늄 함유 거정석 가루를 첨가한 사료를 먹인 약돌돼지고기가 유명하다. 새재도립공원 관리사무소 앞 새재초곡관(054-571-2320)을 많이 찾는다. 1인분 150g에 9000원.탄광촌(054-572-0154)의 양념석쇠구이도 인기다. 1인 1만2000원.소문난식당(054-572-2255)의 묵조밥은 건강식으로 최고다. 6000~1만원.중앙동에 있는 솔밭식당(054-555-4676)의 골뱅이국은 해장을 겸한 아침식사로 좋다. 6000원.김룡사 들머리의 김천식당(054-552-6943)의 닭백숙도 먹을 만하다. 3만5000원.
철로자전거를 즐겨보자.진남역(054-553-8300)과 가은역(054-571-4200)에서 출발한다. 4인 가족용 철로자전거 1대 1만원.문경종합온천(054-571-2002)과 문경기능성온천(054-572-3333)에서 온천욕도 즐길 수 있다. 문경시 관광진흥과(054)550-63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