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실시된 201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언어와 외국어 영역은 지난해보다 다소 까다롭게 출제됐지만 수리 가형과 나형은 지난해 수준이거나 다소 쉬웠던 것으로 분석됐다. 또 수험생이 지난해보다 8만여명 늘어나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최상위권 대학 커트라인이 2~3점(표준점수 기준) 올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종로학원 김용근 평가이사는 "언어와 외국어 영역이 작년보다는 다소 어렵게 출제됐지만 최상위권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며 "수험생이 늘어남에 따라 최상위권 대학의 커트라인은 표준점수 기준으로 2~3점 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시기관의 평가와 시험을 치른 수험생의 반응을 중심으로 올해 수능의 난이도를 분석해 봤다.

◆언어

언어영역은 지난해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분석이 많다. 듣기,쓰기,문학은 지난해 수준으로 출제된 반면 비문학이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문학은 송수권의 '지리산 뻐국새'를 제외하고 조지훈의 '승무',송순의 '면앙정가',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등 눈에 익은 지문들이 출제됐다. 2001년 수능에서 출제됐던 윤흥길의 원작 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한 '장마'도 지문으로 나왔다.

비문학에서는 조선시대 유학에 나타난 '지행론',유전적 특성을 기준으로 한 미생물의 종 구분과 개념 설정,악보에 쓰이는 음악기호의 형성과 발달과정 등이 출제됐다. 전반적으로 지문의 길이가 짧아졌지만 낯선 용어와 구체적 수치가 제시되는 등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서울 휘문고에서 수능을 치른 재수생 박석준씨는 "전체적으로 6,9월 모의고사와 난이도는 비슷했지만 비문학은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의용 계성여고 교사(EBS 입시분석 강사)도 "기업 결합심사를 다루는 지문과 기술-장비 신뢰도 평가를 묻는 지문이 학생들한테 조금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일 김영일교육컨설팅 대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다소 어렵게 출제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이사는 "지문의 길이가 짧아져 시간 부담이 없었고 문항별 난이도도 전반적으로 평이해 지난해보다 쉬웠다"고 분석했다. 이석록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장은 "기술지문을 제외하면 비문학 지문의 길이와 난이도가 대체로 평이해 언어영역 전체로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수리

수리영역은 지난해보다 다소 쉽게 출제됐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지난해엔 변별력 확보 차원에서 다소 어렵게 냈지만 올해는 익숙한 유형의 문제들이 많이 출제됐다. 가형의 경우 교과서처럼 기본개념을 묻는 문제와 응용 개념을 묻는 문제들이 골고루 출제돼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으면 풀기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나형도 수열 및 수열의 극한과 관련된 문제들이 조금 어려웠을뿐 전체적으로 평이한 문제들이 많았다.

개포고 김성윤 학생은 "모의고사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새로운 유형이 아니어서 접근하기 어렵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남호영 영신고 교사는 "변별력을 위해 어렵게 낸 문제도 기출문제와 비슷한 유형들이어서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가 낮았을 것"이라며 "원점수 평균이 5~6점 정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가스터디 진학사 청솔학원 등도 수리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보다 쉬웠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용근 종로학원 평가이사는 "기존 문제와 유사하지만 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까다로운 문제들이 출제돼 가형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또 EBS는 가형,대성학원은 나형,유웨이중앙교육은 가형과 나형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해 시각차를 드러냈다.

◆외국어

새로운 유형의 문제는 없었지만 상위권을 겨냥한 고난도 문제가 다수 출제돼 지난해 수능보다 약간 어려운 것으로 분석됐다. 듣기에서는 '주문할 야외용 식탁 고르기''관계 설정''공연 관람 날짜 고르기' 등 다양한 문항이 나왔고 독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이 많았다.

22번 어법상 틀린 것을 찾는 문제는 전치사의 목적어를 묻는 문제였지만 'and'로 연결된 병렬구조도 함께 파악하는 것이어서 다소 어려웠다. 글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는 문장의 빈칸을 채우도록 한 45번 문제도 지문이 어려워 풀기에 까다로웠다. 39번 속담을 묻는 문제는 몇년간 출제되지 않다가 이번에 나왔다. 덕원여고 배미진 학생은 "외국어가 해석에 시간이 조금 걸리는 등 특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민판규 서울과학고 교사는 "듣기 문항 3점짜리 문제가 숫자를 계산토록하는 다소 생소한 것이어서 여기서 변별력이 생길 듯하다"고 말했다. 오종운 청솔학원 평가이사도 "9월 모의고사보다도 난이도가 높아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은영 진학사 연구위원은 "자연 과학 등 학생들이 낯설게 느낄만한 소재가 다수 출제됐지만 어휘와 구문 수준이 쉬운 편"이라며 "지난해와 비슷한 난이도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탐구영역

사회탐구는 전반적으로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쉽게 출제됐다. 막걸리에 대한 해외수요가 급증한 것을 다룬 경제 15번 문제,가족회의 장면을 담은 만화를 바탕으로 주인공들이 이사할 집을 고르는 한국지리 1번 문제,사마천의 역사책 광고가 제시된 세계사 3번 문제 등이 이색문제로 눈에 띄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와 국가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과 관련된 문제 등 언론에 등장한 소재도 출제됐다. 서울대 경제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중산고 강호영군은 "국사는 교과서 외에 다른 배경지식을 알아야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다"면서도 "사회탐구가 전반적으로 평이했다"고 말했다.

과학탐구는 전반적으로 작년과 비슷했지만 지난해 만점자가 많았던 물리Ⅰ은 다소 어렵게 출제됐다. 그러나 이석록 메가스터디 입시평가연구소장은 "화학은 새로운 도표 외 실험 문제의 증가로 체감난이도가 올랐고 생물은 자료 해석을 필요로 하는 신유형 문제가 나오는 등 탐구영역이 전반적으로 까다로웠다"고 다르게 분석했다.

정태웅/이재철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