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전부문을 다시 통합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다. 전력산업의 구조를 개편해 경쟁을 촉진하고 민영화 하려던 국가 정책은 간 데 없고,과거로 돌아가 공기업의 독점을 더욱 강화하자는 것이다.

더구나 발전자회사가 분리돼 있어서 전력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구매에서 오히려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다시 통합해 한꺼번에 구매해야 구매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는 석탄은 거의 전량 해외시장에서 구입한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큰 구매이지만 세계 석탄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 비중은 미미하다. 실제 전체 시장의 2%에 불과하다. 그만큼 세계 석탄 시장은 규모가 크다. 발전자회사들이 한꺼번에 모아 구입하면 더 싸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에게 석탄을 파는 공급자의 입장을 생각해 보자.자기네 국내 가격보다 높으니까 수출하고,다른 수출 대상이 제시하는 가격보다 유리하니까 우리에게 파는 것이다. 2%의 물량을 가지고 국제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후려치자고 나서면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석탄시장에서 2%의 규모로 가격결정자가 되어 국제 가격을 조정하는 힘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는 의견에 동의하기 어렵다. 국제시장에서 석탄 단위거래의 평균규모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데 통합구매를 통해 저가로 구입할 수 있다는 주장은 추세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설사 백보를 양보해 공동 구매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회사를 재통합해야 하는 논리로 비약하는 것은 곤란하다. 발전자회사들에 통합구매가 유리하다면 에이전트를 만들어 구매대행을 하면 될 일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발전자회사들도 지난해 한 회사가 대표로 중국산 석탄 구매 협상을 진행한 적이 있다. 유리한 조건에서 가격이 정해졌고,발전자회사들은 각자 따로 중국과 계약했다. 구매 전문성을 가진 에이전트만 만들면 된다. 석탄 통합구매를 이유로 발전자회사를 다시 한전에 합쳐 경쟁을 무산시켜 버리고 구시대의 방식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지나친 주장이다. 석탄 통합구매가 구조개편의 큰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은 꼬리가 개를 흔드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에너지 시장은 급변을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의 변화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데 각국은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녹색성장의 거대한 물결이 진행되고 있다. 에너지 산업은 스마트그리드나 신재생에너지,2차전지와 전기자동차 등과 같은 과거와 전혀 다른 환경에 처할 것이다. 감당하기 어렵고 피할 수 없는 대세의 변화에 혁신과 변화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에너지 산업 개편은 이해집단과 소모적이고 구시대적인 논쟁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좌초하고 있다. 국민들은 무관심하고,반대자들은 기득권 때문에 집요하다. 우리는 아직 단일 독점공기업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도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정한다. 외부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는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논쟁을 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외부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에너지산업을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변화시켜 왔다. 경쟁을 도입하고 민간기업이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그렇고 일본과 중국이 그러하다. 강력한 독점적 지위를 갖는 하나의 공기업이 에너지산업을 모두 지배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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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양훈 <인천대 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