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노동계도 사실상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특히 삼성그룹,포스코,신세계 등 무노조 기업 내 노조 설립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보고 경쟁적으로 세력 확장에 나서고 있다.

한국노총은 10일 서울 여의도 문화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복수노조 허용은 최근 미조직 기업에서 (노조) 조직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최근 TF팀을 구성해 기업별로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삼성,포스코 등을 우선 대상으로 지목했다.

특히 그동안 무노조 직종과 다름없는 R&D(연구개발) 부문의 조직화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총 역시 최근 관련 TF팀을 구성해 무노조 기업 공략에 뛰어들었다. 이수봉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은 "지금까지는 무노조 기업에 노조가 만들어지기 힘들었지만 복수노조가 되면 노조 설립이 활성화돼 노조 설립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민주노총은 삼성,LG,CJ,두산,STX,한솔제지 등을 우선 공략대상으로 정했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그동안 국가경제 발전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R&D 부문에 노조가 잇따라 들어설 경우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도 "투쟁보다는 성과 개선 등을 통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만큼 민주노총 등의 영향을 받은 강성 노조가 들어서더라도 직원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노동계 세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기존 기업 노조들도 이합집산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제3노총(가칭) 설립 추진 세력이 가장 적극적이다. 민주노총 산하 서울메트로를 비롯 6개 도시철도노조와 시설관리공단,SH공사,서울시공무원노조,16개 시 · 도 교육청노조연맹 간부들이 제3노총 설립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3노총 추진 세력은 현대중공업,대우조선,KT 등 합리적 노동운동을 펼치는 노조와 접촉해 긍정적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3노총 세력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도 가입을 조만간 타진할 예정이다. 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노조와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조선소 등도 공략 대상으로 꼽고 있다. 독립노조 소속 근로자는 전체의 17%인 28만명에 달하고 있다.

제3노총 설립 실무 총책임자를 맡고 있는 김준용 서울메트로 노조 정책자문위원은 "제3노총은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10만명 정도의 조합원 확보는 가능할 것"이라며 "일선 근로자와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펼쳐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다면 최고의 노총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