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비정이 10일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해 군사충돌을 일으킨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이유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방한(18일)을 겨냥한 긴장 조성 △최근 무위로 끝난 남북 비밀접촉과 북 · 미 접촉에 대한 북한의 불만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반대하는 군부 강경파의 도발 등을 꼽고 있다.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지난달 15~20일 싱가포르에서 남측 고위급 인사들과 비밀접촉을 갖고,남북 정상회담에 관한 사전 조율을 벌였다. 북측의 제의로 이뤄진 접촉에서 우리 측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에 북측은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접촉은 성과없이 끝났다.
이와 관련,개성공단 내 북측 중앙개발지도총국 관계자가 최근 남측 개성공단 기업인들에게 "남측은 회담할 생각이 없느냐""우리가 언제 강냉이(옥수수) 1만t을 달라고 했냐"는 등의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북한을 방문한 한 기업인은 총국 관계자로부터 "쌀도 아닌 강냉이를 5만t도 아닌 1만t을 준다고 한 것이 말이 되느냐"고 들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달 초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이 미국을 방문,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북을 이끌어냈지만 양측은 의제와 협상 틀 등을 놓고 이견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한 대북 소식통은 "접촉에서 큰 성과가 없자 군사도발 카드로 한국과 미국의 관심을 끌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오는 18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 · 미 협상 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도발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은 미국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4일 직전 단거리 미사일을 잇달아 발사,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당시 대북 제재를 진행해온 미국 행정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대북 대화채널 복원에 나섰으며,미국 내에서도 대화와 제재의 '투 트랙' 전술이 다시 힘을 얻었다. 북측의 이번 서해 도발도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을 겨냥,이달 말께로 예상되는 북 · 미 양자대화에서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고도의 전술일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 복귀를 반대하는 북한 군부 내 강경파의 소행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비핵화를 반대하는 군부 강경 세력이 상부 지시와 상관없이 우발적으로 일으킨 사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군 최고사령부가 남측이 도발했다는 억지 주장을 편 것은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명분쌓기로 풀이된다.

한편 정부는 서해교전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추가적 도발이 없는 한 남북간 교류 · 협력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따라서 개성공단 내 출입경과 경의선 육로 통행은 종전대로 운영된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