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사유 1위는 변심이 아니라 경제력이다. 첫눈에 반했다는 건 느낌이지 지속되는 사랑은 아니다. 신분을 뛰어넘는 운명적인 사랑이란 소설 · 드라마에나 있지 현실엔 거의 없다. 결혼하려면 환경(조건)을 봐야 한다,비슷한 환경 출신끼리 결혼했을 때 더 잘 산다는 통계가 있다. '

1991년부터 지금까지 6000쌍의 결혼을 성사시켰다는 결혼정보업체 대표(이웅진)의 말이다. 왜 아니랴.가슴 뛰는 사랑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900일이라고 한다. 불같은 사랑이 식은 뒤에 남는 건 냉정한 현실이다. 물론 따지고 따져서 한다고 문제가 전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사랑만으로도 안되지만 조건만으로도 안되는 게 결혼생활인 탓이다. 어려워도 참고 서로의 단점을 가려주고 다독여주면 얼마나 좋으랴만 그게 어디 그리 쉽던가. 게다가 결혼은 두 사람만이 아닌 가족과 가족의 결합이다. 싸움 끝에 화살이 가족에게 향하기라도 하면 상처는 덧나고 곪는다.

곪은 상처는 빨리 도려내는 게 낫다고 여기는 걸까. 갈수록 이혼이 늘어난다. 지난해 헤어진 부부는 11만6500쌍.32만7000쌍이 결혼했다니까 세 쌍이 합치는 사이 한 쌍은 갈라선 셈이다. TV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이혼하기 무섭게 백마 탄 왕자도 나타나고 커리어우먼으로 성공도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홧김에 이혼한 뒤 혼자 생계를 꾸리느라 쩔쩔 매거나 경제적 문제는 없어도 상실감과 분노로 힘겨워하는 일도 적지 않다. 여자만 힘든 것도 아닌 듯 40대 이혼남의 경우 뇌졸중 발생률이 3배나 높다는 발표도 나왔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남녀 모두 후유증을 겪는다는 얘기다.

어디나 사정이 비슷한지 세계 곳곳에서 양육권 · 재산분할 등에 관한 법률 상담부터 외모관리법까지 이혼에 대비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이혼박람회가 열린다는 소식이다. 2007년 오스트리아에서 첫선을 보인 뒤 폴란드에 이어 며칠 전 프랑스에서도 개최돼 성황을 이뤘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면 국내에도 머지않아 이혼박람회가 등장할지 모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미리미리 법률상담을 받아 권리를 확실히 하고 이혼 후 자립과 재기에 필요한 준비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사정을 감춘 채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가 아닌 진짜 '성격 차이' 때문만이라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 혹시 아는가. '그때 잘 참았다' 싶은 날이 올지.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