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의 최대주주(지분율 94%)인 영국 테스코는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홈플러스를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와 증권가에 나돈 테스코의 한국 철수설,홈플러스의 자산 일부 매각 및 경영진 교체설 등의 소문을 공식 부인한 것이다.

루시 네빌롤프 테스코 부회장(국제업무 담당 · 사진)은 지난 5일 런던 켄싱턴 슈퍼스토아에서 가진 한국 기자들과의 회견에서 "1999년 삼성과 합작해 설립한 홈플러스는 10년 동안 매우 훌륭한 실적을 냈다"며 "홈플러스를 매각하거나 한국에서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에 6조3000억원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투자를 늘릴 방침이며 내년에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모의 매장을 포함해 총 25개 매장을 한국에 추가로 낼 것"이라고 말했다.

네빌롤프 부회장은 홈플러스와의 관계에 대해 "테스코는 한국과 결혼했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애정'을 표시했다. "한국 내에서 불거진 홈플러스 자금난,한국 철수설 등은 사실과 다른 뜬소문"이라며 "홈플러스의 성공 경험은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는 테스코의 발전을 위한 '제2의 (성장) 엔진'"이라고 강조했다. 홈플러스의 이승한 회장 등 경영진 교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는 "한국법인의 경영은 한국인이 책임지고 운영케 한다는 방침"이라며 "이 회장의 리더십 아래 홈플러스는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네빌롤프 부회장은 낙후된 한국의 유통산업이 발전하려면 과감한 '혁신(Innovation)'이 필요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식품에 특화한 온라인몰 등 인터넷 비즈니스 확대 △탄소배출을 줄이는 그린스토어 확대 △고객 정보(DB)를 활용한 마케팅 혁신 등을 제안했다. 최근 국내에서 첨예한 이슈인 SSM과 관련,그는 "지역상권에 현대화된 매장이 들어서면 상권이 활성화돼 소비자는 물론 기존 상인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1924년 설립된 테스코는 유럽 아시아 미국 등 14개국에서 4300여개 점포를 운영하는 월마트,까르푸에 이은 세계 3위 유통업체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15.1% 늘어난 594억파운드(약 114조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도 7%대의 매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 총리실 공보관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인 네빌롤프 부회장은 1997년 테스코로 옮겨 2006년부터 국제업무 담당 부회장을 맡고 있다.

런던=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