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함께하는 1기업1나눔] (9) 한전, 낡은 조명·두꺼비집 무상교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전 '에너지 복지'사업‥"창고같던 집이 환해졌어요"
"한전에서 나왔어요. 집 안으로 들어가는 전선이 많이 낡았네요. 화재 위험이 없는지 봐드리고 오래된 전등도 갈아드릴게요. "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부암동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에 한국전력의 전기설비 차량이 들어섰다. 차에서 내린 한전 직원 5명은 노후주택 중 유난히 낡아보이는 단층 주택 집문을 두드렸다. 함석판으로 지붕을 올린,한 눈에 봐도 지은 지 수십년은 돼 보이는 집이었다.
갑작스런 방문객에 집에 혼자 있던 서흥자 할머니(83)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고쳐주고 나중에 돈받아 갈 거면 안 해"라며 경계심까지 보이던 서 할머니는 한전 직원들의 얘기를 한참 동안 듣고서야 문을 열었다. 피복이 벗겨진 전선이 얼기설기 엉켜 있는 집밖의 모습만큼이나 집안은 심각해 보였다. 한낮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컴컴한 형광등 조명에 의존하는 집은 차가워진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오래된 두꺼비 집,전등 다 바꿔드려요"
"두 늙은이가 TV도 거의 보지 않고 사는데 한 달에 전기료가 4만원 나와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디다 얘기해야 할지 알 수가 있어야지.비오는 날이면 물이 새 누전이나 돼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해." 서 할머니는 각종 장비를 들고 들어오는 한전 직원들을 보자 마음이 놓인 듯 가슴 속에 있는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김성인 한전 서울본부 경영지원팀 차장은 "전기 덜 먹는 고효율 형광등으로 바꿔 드릴 겁니다. 그러면 전기료가 덜 나올 거예요. 비가 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화재 위험을 줄여주는 튼튼한 두꺼비 집을 달아드릴게요"라며 작업을 시작했다.
서 할머니가 이 집에 거주한 기간은 55년.남편과 결혼해 신접살림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남편과 함께 가끔 공공근로를 나가 받는 월 25만원가량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집안 내 · 외부 공사를 시작한 지 40여분이 지나자 집안이 환해졌다. 설치한 지 20년이 지난 분전반을 최신 설비로 바꾸고,집안 조명을 전기 소비가 적으면서 더 밝은 고효율 형광등으로 바꿨다. 방안 콘센트 위치도 사용하기 편한 곳으로 옮겼다. 서 할머니는 "부엌 옆방은 낮에도 너무 어두워 그냥 창고같이 사용했는데 너무 밝아져 좋다"며 "안방에 콘센트가 없어 추운 겨울에도 마루에 나와 다림질해야 하는 불편도 없어지게 됐다"고 기뻐했다.
◆한전만의 특화된 사회공헌 활동
서 할머니가 이처럼 한푼 들이지 않고 낡은 전기설비를 교체할 수 있었던 것은 한전의 사회공헌활동 덕분이다. 한전은 업무 특성을 살려 무상으로 전기 설비를 점검해주고 낡은 전기조명을 고효율 기기로 바꿔주는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다. 사업소마다 전기기사 자격증을 가진 전문기술자들이 많아 별도의 인건비도 들지 않는다.
겨울을 앞두고 서울 본부 등 전국 12개 사업소 사회봉사단이 지역 내 기초생활보호대상자와 차상위 계층 등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한 활동을 시작했다. 낡은 전기 설비를 점검 · 보수하고 누전차단기 및 조명기기를 교체하는 일이다.
집안의 분전반이나 전기배선을 바꿔주는 일이 한전의 당연한 업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실제는 그렇지 않다. 한전의 사업영역은 송전탑에서 각 가정 밖에 있는 전기 계량기로 이어지는 인입선까지다. 집안의 배선설비나 분전함 등은 집 소유주가 직접 자비를 들여 교체해야 한다. 이날 서 할머니 집에 설치한 분전반과 고효율 형광등 6기,콘센트 등의 교체비용은 인건비를 합쳐 총 25만원에 달한다.
박용성 한전 서울본부 전력공급팀 차장은 "저소득층 가구에서는 비용 문제 때문에 전기설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낡은 설비를 그대로 유지하다 보니 각종 전기사고에 노출돼 있다"며 "한전의 전문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실행에 옮기기 어려운 봉사활동"이라고 말했다.
◆연간 86억원의 전기료 절감까지
한전은 2004년부터 정부가 실시한 '에너지 복지' 프로그램에 따라 저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낡은 조명기기를 고효율 기기로 무상 교체해주는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전구용 형광등은 기존 제품에 비해 75%,형광등용 안정기는 36%가량의 절전효과가 있다. 고효율 조명기기 무상지원 사업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자 중 85만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교체 우선순위는 구청 · 동사무소 등 해당 지자체나 각 가정을 직접 돌아보는 한전 검침원의 추천에 의해 결정한다. 한전측은 고효율 조명기기 교체로 가구당 연간 약 300㎾h의 전기사용량을 절감,한 해 86억원가량의 전기료를 줄이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노후 주택들의 화재 가능성을 줄임으로써 잠재적인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키고,국가 전체의 전력비용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며 "내년에도 저소득층 고효율기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