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이삼사(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 2~3일만 앓고 죽자)'라는 건배사가 유행하더니 요즘엔 뒷부분이'일이삼화(1~3일 앓고 화요일에 죽자)'로 바뀌었다. 남은 가족을 위해 주말이 아닌 주중,그것도 화요일쯤 세상을 떠나자는 건데 어쨌거나 9988은 기정사실화되는 셈이다.

현재 79.1세인 평균수명이 2020년엔 101세까지 늘어날 것이란 보고도 있고 보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문제는 수명은 이렇게 늘어나는데 은퇴시기는 오히려 앞당겨지고 길고 긴 남은 시간을 보낼 대책은 마땅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53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0.7%다. 2019년엔 14.1%,2026년엔 21%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정이 이런데 65세 이상은 물론 내년부터 경제일선에서 물러날 베이비붐 세대(1955~63년생,712만명)도 노후 준비는 부족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 없는 상태에서 직장을 떠나니 당장 먹고 살 일이 걱정이지만 안그런 경우도 평생 일에 매달려 사느라 여가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결국 막상 은퇴하면 갈 곳도 놀 방법도 없다. 농촌과 달리 할 일 없는 도시에선 더하다. 오죽하면 천안과 의정부행 지하철엔 노인이 가득하고 서울 종로구 종묘와 탑골공원엔 매일 3300여명의 노인이 모여든다고 할까. 뿐이랴.60세 이상 자살자가 급증하고 75세 이상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보다 8.3배 이상 높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을까. 서울시가 노인들을 위해'9988센터'와'어르신 행복타운'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양쪽 모두 공연장,수영장,헬스장 같은 여가시설과 취업알선센터,의료상담센터 등을 갖춤으로써 취미생활도 즐기고,건강도 돌보고,일자리도 찾게끔 한다는 것이다.

9988의 핵심은 99가 아닌 팔팔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건강해야 하고,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아야 하고,외롭지 않아야 한다. 9988센터와 어르신행복타운이 생기면 괜스레 지하철을 타고 멀리 왔다갔다 하는 사람이 줄어드는 대신 건강을 다지고 문화생활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서울에 네다섯 곳을 만드는 정도로 100만 노인을 수용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잘못하면 일부의 전유물처럼 되거나 이용을 둘러싼 갈등을 빚을 수도 있다. 노인시설은 일단 가까워야 한다. 대규모 시설도 좋지만 동네 별로 소일과 봉사,체력단련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게 낫지 않을까.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