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는 남들이 수세적인 경기침체기에 있고,위기는 우수한 자질의 공대 졸업생 부족에 있습니다. "

남용 LG전자 부회장의 위기론과 기회론은 명쾌했다. 3일 미국 워싱턴에 위치한 우드로 윌슨센터에서 '한국 기업의 과거와 현재,미래'라는 주제로 특강을 한 뒤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이번 특강은 LG전자가 지난 9월 윌슨센터로부터 기업시민 활동,사업성과,혁신기업 활동 등의 업적을 인정받아 민간경제 부문에서 한국 최초로 '우드로 윌슨 기업시민상'을 받은 것을 기념해 마련됐다.

남 부회장은 미국발 경제위기에 따른 경기 침체기를 역발상 경영으로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경기가 좋을 때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포인트 끌어올리는 데는 엄청난 노력과 비용이 들지만 LG전자는 6~7%였던 TV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경기침체를 겪는 동안 13%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LG가 경기 한파를 뚫어낸 원동력은 연구 · 개발(R&D) 투자와 인재 투자라고 강조했다. 연간 17억달러를 R&D에 투자하고도 이를 제외한 수익을 5~6%씩 냈다는 것.

남 부회장은 반면 한국 제조업의 가장 큰 위기 요인으로 우수한 자질의 공대 졸업생이 턱없이 부족한 점을 꼽았다. 그는 "기업 현장에서는 공대 출신의 우수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지금이라도 우수한 학생들을 공대에 보내고 정부가 공대를 중흥시키는 게 경제를 튼튼히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 부회장은 인수 · 합병(M&A)과 관련해선 "큰 것을 할 생각은 없고,작지만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꾸는데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부문은 적극 M&A를 하겠다"고 밝혔다. 눈독을 들이는 대상도 있다고 귀띔했다. 신규 사업으로 태양광 등 그린 테크와 건강의료 부문 등에 관심이 높지만 북한 투자는 리스크가 너무 커 계획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