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단지 '뜨고싶다'는 이유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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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동네놀이터에 나갔다. 4~5세쯤 되는 꼬마가 놀고 있었다. 멀리서 가방을 멘 고등학생이 보이자 그 꼬마는 얼른 그 고등학생에게 뛰어가며 '형~님'하고 불렀다. 웃음이 나왔다. 꼬마의 모습과 걸맞지 않는 호칭이 기묘하게 어우러진 풍경이었다. 나이차가 큰 형을 배려해 누군가에 의해 습득된 호칭인 듯했다. 그 고등학생은 꼬마가 얼굴을 들이밀고 '형~님,형님'부르며 졸졸 따라다니니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동생을 안고 볼에 입을 맞추었다. 나까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며칠 후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끔찍한 동영상을 접하게 됐다. 천진난만하게 걸어가고 있는 꼬마를 10대들이 뒤에서 퍽 차고서는 도망가는 장면이었다. 꼬마는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그들은 킥킥대며 도망쳤다. 이른바 '로우킥 사건'으로 알려져 사회문제가 된 바로 그 동영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한 청소년이 꼬마에게 자신의 몸을 숙여 만든 뜀틀을 넘어보라고 한 뒤 꼬마가 손을 짚고 넘으려는 순간 갑자기 몸을 더 낮춰 꼬마를 땅바닥에 고꾸라지게 한 동영상이 '초딩낚기'란 내용으로 인터넷에 올라왔다. 섬뜩했다. 그런 사고를 만드는 것도,그런 장면을 누군가가 지켜보며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작업을 같이 했다는 것도 섬뜩했다. 옆에서 꾸짖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지,화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의 천사같은 모습과 놀이터에서 보았던 꼬마의 귀여운 얼굴이 스쳐갔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수선했다.
동영상 속의 10대들은 철부지 꼬마를 인터넷 공간의 아바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조회 수를 올리거나 유명세를 타기 위한 도구 정도로.아니면 키보드 리셋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인터넷 게임의 캐릭터로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인류의 가장 멋진 창조물 중 하나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자유와 열린 공간은 매우 가치 있고 소중하다. 하지만 일부 10대들에 의해 인터넷 공간이 이성을 잃은 놀이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이 안타깝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행동하고,약자를 괴롭히는데 이용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은 오히려 약자를 위한 공간,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건강한 공간,생산적인 공간이 되도록 우리 스스로가 가꾸고 지켜야 한다.
단지 뜨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벌이는 일부 10대들의 위험한 놀이가 우리가 사는 세상뿐만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서도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른들도 언제부턴가 내 아이가 아니면 타이르고 야단치지 않는다. 온라인 세상에서도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잘못된 일을 보고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고쳐줄 수 있는 용기와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khjkorea@kisa.or.kr
며칠 후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우연히 끔찍한 동영상을 접하게 됐다. 천진난만하게 걸어가고 있는 꼬마를 10대들이 뒤에서 퍽 차고서는 도망가는 장면이었다. 꼬마는 콘크리트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그들은 킥킥대며 도망쳤다. 이른바 '로우킥 사건'으로 알려져 사회문제가 된 바로 그 동영상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주에는 한 청소년이 꼬마에게 자신의 몸을 숙여 만든 뜀틀을 넘어보라고 한 뒤 꼬마가 손을 짚고 넘으려는 순간 갑자기 몸을 더 낮춰 꼬마를 땅바닥에 고꾸라지게 한 동영상이 '초딩낚기'란 내용으로 인터넷에 올라왔다. 섬뜩했다. 그런 사고를 만드는 것도,그런 장면을 누군가가 지켜보며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작업을 같이 했다는 것도 섬뜩했다. 옆에서 꾸짖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지,화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침대에서 자고 있는 아이의 천사같은 모습과 놀이터에서 보았던 꼬마의 귀여운 얼굴이 스쳐갔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어수선했다.
동영상 속의 10대들은 철부지 꼬마를 인터넷 공간의 아바타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지 모른다. 조회 수를 올리거나 유명세를 타기 위한 도구 정도로.아니면 키보드 리셋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인터넷 게임의 캐릭터로 착각하는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인류의 가장 멋진 창조물 중 하나다. 인터넷이 제공하는 자유와 열린 공간은 매우 가치 있고 소중하다. 하지만 일부 10대들에 의해 인터넷 공간이 이성을 잃은 놀이의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이 안타깝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행동하고,약자를 괴롭히는데 이용되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터넷은 오히려 약자를 위한 공간,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는 공간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건강한 공간,생산적인 공간이 되도록 우리 스스로가 가꾸고 지켜야 한다.
단지 뜨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벌이는 일부 10대들의 위험한 놀이가 우리가 사는 세상뿐만 아니라 인터넷 공간에서도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어른들도 언제부턴가 내 아이가 아니면 타이르고 야단치지 않는다. 온라인 세상에서도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잘못된 일을 보고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고쳐줄 수 있는 용기와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
김희정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khjkorea@ki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