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으로 저렴한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했다. KT가 지난달 20일 유 · 무선 통합 서비스인 '쿡&쇼'를 내놓은 데 이어 SK텔레콤도 9일 휴대폰 요금 할인 상품인 'T존'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들 서비스에 가입하면 휴대폰에서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가계 통신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즐거운 고민도 뒤따른다. 비슷한 것처럼 보이는 두 서비스의 할인 조건이 달라 어떤 서비스가 내게 적합한지 쉽게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두 서비스의 할인 효과는 인터넷전화 요금을 적용받는 빈도에 따라 달라진다. 자신의 통화 패턴을 분석,한 건이라도 인터넷전화 사용 횟수를 늘릴 수 있는 쪽이 유리하다는 평가다.

◆FMC vs FMS

KT의 쿡&쇼는 휴대폰에서 무선랜(WiFi)을 이용해 인터넷전화를 쓰는 방식이다. 반면 SK텔레콤의 T존은 특정 지역 요금을 인터넷전화 수준으로 깎아준다. 실제로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지 아니면 인터넷전화 요금만을 적용하는지가 차이점이다.

서비스 구현 방식도 다르다. 쿡&쇼는 이동전화망과 무선랜 등 유 · 무선망을 함께 사용한다. 무선랜이 가능한 지역에서는 저렴한 인터넷전화를 쓰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이동전화를 쓰는 방식이다. 두가지 망을 함께 쓰는 방식이라 유 · 무선 통합(Fixed Mobile Convergence) 서비스라고 부른다.

T존은 기존 휴대폰처럼 이동전화망만 사용하지만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통화 요금을 인터넷전화 수준으로 깎아준다. 집이나 회사 등의 주소를 미리 지정해 놓으면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다. 휴대폰으로 집전화를 대신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유무선 대체(Fixed Mobile Substitution) 서비스라고 부른다. 서비스 방식이 이처럼 상이하다 보니 할인 지역,할인 대상,사용 가능한 휴대폰 등도 달라진다.

공통점은 통화료다. 이동전화 지역에서는 10초당 18원,할인 존에서는 이동전화로 걸 때 10초당 13원,유선전화로 걸 때 3분당 39원을 적용한다.

◆할인 지역 · 대상 넓은 쿡&쇼

쿡&쇼에 가입하면 무선랜 접속이 가능한 지역에서 저렴한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만 할인해주는 T존에 비해 인터넷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넓다. 수도권처럼 시내 곳곳에서 무선랜을 쓸 수 있는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휴대폰 통화를 인터넷전화로 대체할 수 있다. 음성통화만 할인해주는 T존과 달리 모바일게임,음악,만화 등의 모바일 콘텐츠까지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쿡&쇼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선랜을 지원하는 휴대폰으로 교체해야 하는 게 부담이다. 시판 중인 '쿡&쇼' 전용 단말기는 삼성전자의 'SPH-M7200'과 KT테크의 'F110' 2종이다. 삼성전자 제품은 60만원대 스마트폰이고 KT테크 제품은 40만원대 일반 휴대폰이다. KT는 90만원대 스마트폰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쿡&쇼에 가입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초기 부담이 큰 만큼 오래 사용해야만 본전을 뽑을 수 있다. 또 사용자가 직접 무선랜 설정을 조정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사람이나 무선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가입하면 바로 쓰는 T존



T존의 장점은 편의성이다. SK텔레콤 가입자라면 누구나 월정액 2000원을 내고 서비스에 가입하면 바로 할인 통화를 적용받는다.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그대로 쓸 수 있어 쿡&쇼에 비해 초기 부담도 크지 않다. 무선랜 설정 등 복잡한 절차도 필요없어 나이 든 어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단점은 할인 지역이나 대상에 대한 제약이 쿡&쇼에 비해 많다는 점이다. T존의 할인 지역은 지정 주소로부터 반경 100~500m 인근까지다. 무선랜 접속이 가능한 곳에서 인터넷전화를 쓸 수 있는 쿡&쇼에 비해 할인 지역이 좁다. 할인 대상도 무선인터넷까지 사용할 수 있는 쿡&쇼와 달리 음성통화에만 적용한다.

SK텔레콤 가입자라면 FMS와 FMC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길도 열린다. SK텔레콤은 12월께 KT와 같은 FMC를 이용할 수 있는 휴대폰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FMC 휴대폰 구매자는 FMS에도 가입,지역 할인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인터넷전화를 자유롭게 쓰며 요금 할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디지털기기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무선인터넷까지 할인받는 FMC가,복잡한 절차가 싫고 특정 지역 내 통화가 많은 사람이라면 FMS가 적합하다"며 "자신의 통화 패턴을 먼저 분석한 후 서비스를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