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나들이] 최순우 옛집ㆍ수연산방ㆍ심우장…옛 서울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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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城北洞] 도심속 문화순례 나들이
한성대입구역~선잠단지~이태준 고택~길상사 코스강추
한성대입구역~선잠단지~이태준 고택~길상사 코스강추
성북동에는 걷기 좋은 길이 있다.
그 길에는 최순우 옛집과 심우장처럼 우리 한옥의 멋스러움을 느낄수 있는 곳이 있고,수연산방처럼 잠시 앉아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단풍이 든 사찰 길상사도 있다. 마침 간송미술관 전시도 이번 주말까지 열린다.
출발은 보통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한다. 지하철 6번 출구 앞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여기서부터 걷기 시작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한성대입구역에서 10분쯤 길을 따라 걸어오르다 보면 누에치기를 처음 했다는 중국의 서릉씨를 누에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선잠단지'가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농사와 더불어 잠업(蠶業)이 중요했기 때문에 농사를 주관하는 신은 동대문구 제기동 선농단에 모시고 잠업의 신은 이곳 선잠단에 모셨다. 선잠단지 내부를 보려면 선잠단지 지킴이가 있는 인근 제일유리열쇠(02-920-3413)에 요청하거나 성북구청 문화체육과(02-920-3047)에 미리 연락하면 된다.
선잠단지 부근에 '최순우 옛집'이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책으로 일반에 잘 알려진 최순우 선생(1916~1984년)이 작고할 때까지 8년가량 머물렀던 집이다. 그는 건축가 김수근의 소개로 이 집에 살게 됐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내고 여러 저서를 내는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학자가 어떤 집을 택해서 살았는지 유심히 살펴보자.
이 고택에는 그가 직접 쓴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 문을 닫아 걸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이라)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그 느낌이 전해져 오는 작고 소박한 곳이다. 4~11월의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02)3675-3401~2
더 걸어가면 성북초등학교가 보인다. 그 옆 골목에는 1년에 단 두 번 전시회를 여는 '간송미술관'이 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한국 미술품들이 공개되는 전시 기간 내내 작은 미술관이 평일에도 북적북적하다. 마침 이번 주말(11월1일)까지 가을 정기 전시회 '도석(道釋)인물화 특별전'이 열린다. 단원 김홍도,혜원 신윤복,오원 장승업,겸재 정선,현재 심사정,관아재 조영석 등 조선 미술을 빛낸 '3원3재'와 더불어 탄은 이정 등 조선의 주요 화가들이 남긴 작품 100여 점이 공개된다.
도석화란 도교와 불교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종교적이고 기복적이다. 나귀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당나라 신선 장과를 그린 단원의 '과로도기'나 동방삭이 선도복숭아를 훔치는 장면을 담은 '낭원투도' 등이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미술관 건물 자체는 소소하고 전시장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걸린 미술품은 그 가치가 높으니 유심히 둘러보노라면 한국 미술의 매력에 새삼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르겠다. 미술관에는 작은 뜰과 숲이 있는데,마침 단풍이 들어 경치도 예쁘다. 관람료는 따로 없으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02)762-0442
간송미술관을 벗어나 걷다 보면 또다른 고택을 만날 수 있다. 소설가 상허 이태준이 살던 집을 찻집으로 개조한 '수연산방'이다. 김기림,김유정,정지용 등과 더불어 모더니즘 문학을 이끌었던 구인회의 일원이었던 상허는 이 집에 머물며 《왕자 호동》 《황진이》 등 여러 작품을 쓰기도 했다. 수연산방은 길가에 접해 있지 않아 찾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는데,간판이 눈에 띄는 금왕돈까스전문점 부근에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된다.
작은 대문을 밀고 수연산방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상허가 살던 곳이다. 약간 낡은 듯한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짙은 전통차 향기가 진동한다. 수연산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적당히 독립된 듯한 느낌에 정원이 가까이 보이는 누마루다. 꼭 차를 마시러 들어오지 않더라도 건물만 보러 오는 사람들도 꽤나 보인다. 평일에는 정오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주말에는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02)764-1736
그 다음은 만해 한용운이 지어 살던 '심우장'이다. 작은 한옥인 심우장은 성북우정공원에 못 미쳐 서울명수학교 부근 좁고 높다란 골목을 따라가야 나온다. 골목 입구에 안내판이 높이 걸려 있어 주의만 기울인다면 금방 눈에 띈다. 약간 가파른 골목을 50m 정도 올라가면 심우장 간판이 보인다. 남향인 보통 한옥과 달리 심우장은 북향인데,심우장이 남향을 취하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돼 북향으로 지었다고 한다. 심우장은 늘 열려 있다. (02)920-3414
여기까지 온 김에 과거 유명한 요정이었던 대원각 자리에 세워진 사찰 '길상사'까지 걸어봐도 좋다. 대원각 소유주가 부지와 건물을 시주해 건립된 길상사는 서울 시내의 한적한 절이다. 곳곳에 단풍이 들어 쉬어가기 좋다.
선잠단지,최순우 옛집,간송미술관,수연산방,심우장은 비교적 가까이 있는 편이고 길상사는 여기서 좀 더 걸어가야 한다. 성락원의 경우 공사 중이라 현재 관람은 어려운 상태다.
성북구청 문화체육과가 선잠단지~길상사~서울성곽~심우장~최순우 옛집을 잇는 성북동 탐방을 진행하기도 했으니 이를 참고해 일정을 짜도 좋겠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그 길에는 최순우 옛집과 심우장처럼 우리 한옥의 멋스러움을 느낄수 있는 곳이 있고,수연산방처럼 잠시 앉아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단풍이 든 사찰 길상사도 있다. 마침 간송미술관 전시도 이번 주말까지 열린다.
출발은 보통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한다. 지하철 6번 출구 앞에서 마을버스를 이용해도 되지만,여기서부터 걷기 시작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한성대입구역에서 10분쯤 길을 따라 걸어오르다 보면 누에치기를 처음 했다는 중국의 서릉씨를 누에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냈던 '선잠단지'가 보인다. 조선시대에는 농사와 더불어 잠업(蠶業)이 중요했기 때문에 농사를 주관하는 신은 동대문구 제기동 선농단에 모시고 잠업의 신은 이곳 선잠단에 모셨다. 선잠단지 내부를 보려면 선잠단지 지킴이가 있는 인근 제일유리열쇠(02-920-3413)에 요청하거나 성북구청 문화체육과(02-920-3047)에 미리 연락하면 된다.
선잠단지 부근에 '최순우 옛집'이 있다.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란 책으로 일반에 잘 알려진 최순우 선생(1916~1984년)이 작고할 때까지 8년가량 머물렀던 집이다. 그는 건축가 김수근의 소개로 이 집에 살게 됐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내고 여러 저서를 내는 등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찾는 데 심혈을 기울였던 학자가 어떤 집을 택해서 살았는지 유심히 살펴보자.
이 고택에는 그가 직접 쓴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 문을 닫아 걸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이라)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는데,그 느낌이 전해져 오는 작고 소박한 곳이다. 4~11월의 매주 화~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02)3675-3401~2
더 걸어가면 성북초등학교가 보인다. 그 옆 골목에는 1년에 단 두 번 전시회를 여는 '간송미술관'이 있다. 평소에는 보기 힘든 한국 미술품들이 공개되는 전시 기간 내내 작은 미술관이 평일에도 북적북적하다. 마침 이번 주말(11월1일)까지 가을 정기 전시회 '도석(道釋)인물화 특별전'이 열린다. 단원 김홍도,혜원 신윤복,오원 장승업,겸재 정선,현재 심사정,관아재 조영석 등 조선 미술을 빛낸 '3원3재'와 더불어 탄은 이정 등 조선의 주요 화가들이 남긴 작품 100여 점이 공개된다.
도석화란 도교와 불교를 소재로 한 그림으로,종교적이고 기복적이다. 나귀 위에서 책을 읽고 있는 당나라 신선 장과를 그린 단원의 '과로도기'나 동방삭이 선도복숭아를 훔치는 장면을 담은 '낭원투도' 등이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미술관 건물 자체는 소소하고 전시장도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안에 걸린 미술품은 그 가치가 높으니 유심히 둘러보노라면 한국 미술의 매력에 새삼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르겠다. 미술관에는 작은 뜰과 숲이 있는데,마침 단풍이 들어 경치도 예쁘다. 관람료는 따로 없으며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02)762-0442
간송미술관을 벗어나 걷다 보면 또다른 고택을 만날 수 있다. 소설가 상허 이태준이 살던 집을 찻집으로 개조한 '수연산방'이다. 김기림,김유정,정지용 등과 더불어 모더니즘 문학을 이끌었던 구인회의 일원이었던 상허는 이 집에 머물며 《왕자 호동》 《황진이》 등 여러 작품을 쓰기도 했다. 수연산방은 길가에 접해 있지 않아 찾는 데 약간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는데,간판이 눈에 띄는 금왕돈까스전문점 부근에 있으니 이를 참고하면 된다.
작은 대문을 밀고 수연산방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보이는 건물이 상허가 살던 곳이다. 약간 낡은 듯한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 있고,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짙은 전통차 향기가 진동한다. 수연산방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리는 적당히 독립된 듯한 느낌에 정원이 가까이 보이는 누마루다. 꼭 차를 마시러 들어오지 않더라도 건물만 보러 오는 사람들도 꽤나 보인다. 평일에는 정오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주말에는 오후 10시까지 영업한다. (02)764-1736
그 다음은 만해 한용운이 지어 살던 '심우장'이다. 작은 한옥인 심우장은 성북우정공원에 못 미쳐 서울명수학교 부근 좁고 높다란 골목을 따라가야 나온다. 골목 입구에 안내판이 높이 걸려 있어 주의만 기울인다면 금방 눈에 띈다. 약간 가파른 골목을 50m 정도 올라가면 심우장 간판이 보인다. 남향인 보통 한옥과 달리 심우장은 북향인데,심우장이 남향을 취하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돼 북향으로 지었다고 한다. 심우장은 늘 열려 있다. (02)920-3414
여기까지 온 김에 과거 유명한 요정이었던 대원각 자리에 세워진 사찰 '길상사'까지 걸어봐도 좋다. 대원각 소유주가 부지와 건물을 시주해 건립된 길상사는 서울 시내의 한적한 절이다. 곳곳에 단풍이 들어 쉬어가기 좋다.
선잠단지,최순우 옛집,간송미술관,수연산방,심우장은 비교적 가까이 있는 편이고 길상사는 여기서 좀 더 걸어가야 한다. 성락원의 경우 공사 중이라 현재 관람은 어려운 상태다.
성북구청 문화체육과가 선잠단지~길상사~서울성곽~심우장~최순우 옛집을 잇는 성북동 탐방을 진행하기도 했으니 이를 참고해 일정을 짜도 좋겠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