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9일 개정 방송법과 신문법이 무효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미디어법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일단락됐다. 대리투표 정황이 보이고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점 등 처리과정의 부적법성이 인정됐지만 법안의 유 · 무효를 논할 만큼 중대한 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또 민주당 등이 함께 청구한 인터넷TV법안과 금융지주회사법안에 대한 권한침해와 무효확인청구가 모두 기각돼 지난 7월 통과된 신문법 방송법 등 4개 법안은 모두 예정대로 시행될 수 있게 됐다.


◆신문법 유효

헌재는 신문법 처리과정 권한침해 여부의 쟁점을 세 가지로 보고 쟁점마다 엇갈리는 판단을 내렸다. 결론은'(야당의)심의 표결권 침해가 일부 있었지만,법안은 문제 없다'로 모아졌다. 이윤성 국회부의장이 법 제안취지설명 절차를 생략한 것에 대해 재판관들의 의견은 6(적법)대 3(위법)으로 나뉘었다. 제안취지 설명방식에 제한이 없고,의원석 단말기를 통해 볼 수 있었으며 의장의 의사진행 권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다. 반면 질의토론 절차를 생략한 것에 대해서는 6(위법) 대 3(적법)으로 판단했다. 심의절차는 국회법에 따라 생략할 수 없는 핵심 절차라는 이유다. 핵심 쟁점인 대리투표 존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강국 헌재소장 등 5인은 "위법한 대리투표로 의심받을 만한 여러 행위가 발견됐으며 정상적 표결절차로는 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로그기록이 보인다"며 "표결 절차가 합리적 공정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형기 재판관 등 4인은 "일부 비전형적인 투표행위가 있었더라도 투표 가치를 훼손했다고 보기 어렵고 증거도 부족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헌재는 신문법 무효확인청구를 6 대 3으로 기각했다. 일부는 "심의표결권 침해 자체가 없었으니 무효청구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일부는"기능적 권력분립과 국회 자율권 존중의 의미에서 위법 상태의 치유는 피청구인(국회의장 · 국회부의장 등)에게 맡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경미한 하자일 뿐 입법절차에 대한 헌법규정을 명백히 어긴 것이 아니다"라는 의견도 나왔다.

◆방송법 하자는 신문법보다 덜하다

방송법 권한쟁의심판의 쟁점은 의결정족수에 미달함에도 처리를 강행한 것이 일사부재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였다. 조대현 재판관 등 5인은 "표결이 종료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미달했다는 결과가 확인된 이상 국회 의사는 부결됐다고 봐야 한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겼음을 인정했다.

이강국 소장 등 4인은 "의결정족수에 미달한 국회의 의결은 유효하게 성립됐다고 볼 수 없다"며 일사부재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 신문법과 마찬가지로 질의토론절차를 생략한 것에 대해서는 적법과 위법 의견이 5 대 4로 갈렸다. 두 쟁점을 종합한 최종 판단에서는 이 소장 등 3인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권한침해가 인정됐다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방송법에 대한 무효확인청구는 신문법보다 더 압도적인 의견으로 기각됐다. 이 소장 등 3인은 "법률안에 대한 심의표결 침해가 없었기 때문에 무효확인 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민형기 재판관 등 3인은 "국회법에 따른 법률안 심의절차를 위반한 점은 인정되지만 법안을 무효로 할 정도로 하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종대 재판관은 "무효에 대한 결정은 헌재 권한 밖이다"고 말했다.

결국 헌재의 이번 결정은 신문법과 방송법이 정해진 입법절차를 그대로 따라 처리된 것은 아니지만 분명하게 가결된 사안으로 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문제가 있더라도 국회 내에서 법안 처리의 자율적 권한을 최대한 인정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노희범 헌재 재판연구관은 "일부 비민주적인 국회 의사결정에 대해 헌재가 재발 방지를 명령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법안 자체의 효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