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약세는 대세…1년 안에 1弗 80엔까지 떨어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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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키바라 日 와세다대 교수-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 대담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일본 와세다대 교수(전 재무성 차관)는 29일 "달러화가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지만 큰 흐름으로는 약세"라며 "세계 경기 회복은 매우 느린 L자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카키바라 교수는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주최한 '일본의 변화와 동아시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고광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겸 경제부장의 사회로 정덕구 전 장관과 대담을 가졌다.
▲고 부국장=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축통화 지위를 잃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카키바라 교수=달러 약세는 대세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없다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다른 통화를 살 수 있는 권리에 불과하다. 유로화도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소 10~15년간은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이다.
▲고 부국장=20년 후라면 달러 체제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
▲사카키바라 교수=먼 미래라면 다른 통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년 이내의 미래라면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위안화 위상도 높아지겠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려면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 전 장관=위안화가 국제적으로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혁이 선결과제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융과 재정 양쪽을 동시에 통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과 외환 거래를 통제하고 있다.
▲고 부국장=달러 약세가 계속된다면 엔 · 달러 환율은 어느 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는가.
▲사카키바라 교수=향후 1년 안에 엔 · 달러 환율은 8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 만약 85엔까지 내려간다면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검토할 것이다.
▲고 부국장=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세계 무역 불균형이 지적됐다. 그러나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외환위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무역흑자를 포기할 수 없다. 세계적인 무역 균형을 이루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사카키바라 교수=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일 중 두 가지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저축률이 점차 높아져 5%를 넘었고 중국은 내수부양책을 통해 소비를 늘리고 있다. 불균형 해소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동아시아 사이에는 여전히 큰 불균형이 존재한다.
▲정 전 장관=중국이 금융 시스템을 바꾸고 외환시장 통제를 풀어야 한다.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위안화 대비 강세를 띤다는 것이 문제다.
▲고 부국장=미국 경제가 W자형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사카키바라 교수=미국의 소비가 매우 부진하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때는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다 보조금 지급이 끝나자 판매량이 급감했다. 많은 나라에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지만 회복 속도는 매우 느린 L자형을 나타낼 것이다.
▲고 부국장=사카키바라 교수는 과거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외환보유액의 5%를 떼어내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외환위기 방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제안했다. 이 주장은 지금도 유효한가.
▲사카키바라 교수=3국의 외환보유액이 막대하기 때문에 5%만 별도로 갖고 있어도 위기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협력체제는 3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정 전 장관=국제통화기금(IMF)이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위기 때 제 역할을 못했다. 지금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넘어서는 새로운 통화협력 체제가 필요하다. 미국과 IMF가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에 반대할 수 있지만 IMF와 AMF가 서로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고 부국장=AMF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협력 체제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사카키바라 교수=1997년 한 · 중 · 일 3국 협력체제를 처음 제안했을 때 중국은 일본이 주도권을 갖는 것에 반감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경제도 많이 성장했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는 원칙적으로 동아시아 통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일본의 새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아시아,특히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조만간 동아시아 통화 협력에 관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이다.
▲정 전 장관=하토야마 정부의 집권으로 아시아 통화협력을 위한 하나의 모멘텀(동력)이 생겼다. 3국 통화협력은 한 배를 타고 함께 항해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일단 같은 배에 탄 다음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
정리=유승호/사진=김영우 기자 usho@hankyung.com
사카키바라 교수는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주최한 '일본의 변화와 동아시아'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고광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겸 경제부장의 사회로 정덕구 전 장관과 대담을 가졌다.
▲고 부국장=달러가 약세를 보이면서 기축통화 지위를 잃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카키바라 교수=달러 약세는 대세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 기축통화로서 달러를 대체할 통화는 없다고 본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다른 통화를 살 수 있는 권리에 불과하다. 유로화도 달러를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소 10~15년간은 달러가 기축통화 역할을 할 것이다.
▲고 부국장=20년 후라면 달러 체제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
▲사카키바라 교수=먼 미래라면 다른 통화가 달러를 대체할 수도 있다. 그러나 10년 이내의 미래라면 달러는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이다. 중국의 부상과 함께 위안화 위상도 높아지겠지만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려면 2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다.
▲정 전 장관=위안화가 국제적으로 지위를 높이기 위해서는 금융시장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혁이 선결과제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금융과 재정 양쪽을 동시에 통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는 위안화 환율과 외환 거래를 통제하고 있다.
▲고 부국장=달러 약세가 계속된다면 엔 · 달러 환율은 어느 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는가.
▲사카키바라 교수=향후 1년 안에 엔 · 달러 환율은 8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 만약 85엔까지 내려간다면 일본 정부는 외환시장 개입을 검토할 것이다.
▲고 부국장=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세계 무역 불균형이 지적됐다. 그러나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는 외환위기에 대한 공포 때문에 무역흑자를 포기할 수 없다. 세계적인 무역 균형을 이루면서 외환위기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사카키바라 교수=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일 중 두 가지는 이미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저축률이 점차 높아져 5%를 넘었고 중국은 내수부양책을 통해 소비를 늘리고 있다. 불균형 해소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동아시아 사이에는 여전히 큰 불균형이 존재한다.
▲정 전 장관=중국이 금융 시스템을 바꾸고 외환시장 통제를 풀어야 한다. 중국이 고정환율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를 보일 때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위안화 대비 강세를 띤다는 것이 문제다.
▲고 부국장=미국 경제가 W자형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사카키바라 교수=미국의 소비가 매우 부진하다.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때는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다 보조금 지급이 끝나자 판매량이 급감했다. 많은 나라에서 경기가 바닥을 찍었지만 회복 속도는 매우 느린 L자형을 나타낼 것이다.
▲고 부국장=사카키바라 교수는 과거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외환보유액의 5%를 떼어내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외환위기 방지에 도움이 될 거라고 제안했다. 이 주장은 지금도 유효한가.
▲사카키바라 교수=3국의 외환보유액이 막대하기 때문에 5%만 별도로 갖고 있어도 위기 때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 이러한 협력체제는 3국이 대등한 입장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정 전 장관=국제통화기금(IMF)이 있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위기 때 제 역할을 못했다. 지금의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를 넘어서는 새로운 통화협력 체제가 필요하다. 미국과 IMF가 아시아통화기금(AMF) 설립에 반대할 수 있지만 IMF와 AMF가 서로 보완적인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고 부국장=AMF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협력 체제에 대한 일본과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사카키바라 교수=1997년 한 · 중 · 일 3국 협력체제를 처음 제안했을 때 중국은 일본이 주도권을 갖는 것에 반감을 가졌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 경제도 많이 성장했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부는 원칙적으로 동아시아 통화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일본의 새 정부는 과거 정부와 달리 아시아,특히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조만간 동아시아 통화 협력에 관한 새로운 제안을 내놓을 것이다.
▲정 전 장관=하토야마 정부의 집권으로 아시아 통화협력을 위한 하나의 모멘텀(동력)이 생겼다. 3국 통화협력은 한 배를 타고 함께 항해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일단 같은 배에 탄 다음 어느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시점이 됐다.
정리=유승호/사진=김영우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