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누구나 인생의 부침을 겪게 마련이다. 한때 잘 나가던 사업가가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노숙자 신세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귀인을 만나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뜻하지 않게 인생의 바닥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이를 대처하는 모습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불굴의 의지로 바닥에서 탈출해 새로운 삶을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쉽게 포기하고 절망하는 사람이 있다. 실패는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란 말이 있다. 한번 실패해본 사람만이 실패의 원인을 알고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로 명성과 부를 한꺼번에 얻은 조앤 롤링은 실패를 딛고 오뚝이처럼 일어선 대표적인 인물이다. 4개월 된 딸을 둔 가난한 이혼녀였던 그녀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았다. 우유를 살 돈이 충분치 않아 딸에게 물을 탄 우유를 먹여야 했고,한때 인생을 끝내고 싶은 자살 충동까지 품었다고 한다. 그러나 친구로부터 빌린 600파운드로 얻은 낡은 임대아파트에서 독한 마음으로 해리포터 이야기를 쓴 그녀의 인생 이야기는 해리포터의 마법보다 더 강한 '정신력의 힘'을 생생히 웅변해주고 있다. 지난해 조앤 롤링이 하버드대 졸업식에서 명예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축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리포터 시리즈로 대박을 낸 작가이거나 억만장자가 됐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절망을 딛고 일어섰기 때문이다.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라고 한다. 절망적인 상황에 닥쳤을 때 많은 사람들이 쉽게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중증 장애인 만화가 지현곤씨의 사전에는 포기란 단어가 아예 없는 것처럼 보인다. 7세 때 척추결핵으로 허리 아래 뼈와 살이 말라붙고 40년간 집 밖으로 한번도 나가보지 못한 그는 멀쩡한 사람들이 쉽게 포기해버린 온전한 몸이 자신에게는 염원의 대상이라고 안타까워한다. 단칸방에서 움직임조차 불편한 그가 세계 미술계의 중심인 뉴욕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것은 '의지의 힘'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고통과 아픔을 딛고 강인한 의지로 다시 일어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늘 감동적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희망을 발견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신용회복위원회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의지의 힘'을 보여준 이들이 많다. 특히 모든 채무를 변제하고 신용을 회복한 사람들에게서는 그 어떤 영웅 못지 않은 끈기와 인내,성실함이란 미덕을 발견할 수 있다. 비록 부와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이들은 또 다른 미래를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찾은 것이다. 신용회복위원장으로서 이런 분들을 만나는 것처럼 보람된 일은 없다. 이 의지의 힘이 더 많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확산되어 그들이 인생의 걸림돌을 딛고 일어서 새로운 삶을 찾을 수 있도록 희망의 디딤돌 역할을 계속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홍성표 <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 ccrschairman@ccrs.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