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IT(정보기술) 융합은 이제 필수가 됐다.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트렁크를 열고,에어컨을 켤 수 있는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자동차는 전자제어 기술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핵심은 차량용 반도체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공동 개발을 발표했지만 갈 길은 아직 멀다. 지난 27~28일 산업교육연구소 주최로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열린'IT 융합 자동차 및 친환경 · 고효율 미래형 자동차 세미나'를 통해 향후 자동차의 미래를 들여다봤다.


◆손 안대고 차 움직이는 시대

"갈수록 자동차 기능은 복잡해지는데 이 모든 걸 버튼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요?" 자동차용 텔레매틱스 음성인식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젠의 송민규 책임연구기획팀장이 던진 질문이다. 그는 "자동 운전 기술을 비롯 자동차의 각종 장치들이 전기장치와 연결되는 추세"라며 "문제는 버튼을 사용하든,터치 스크린 방식을 사용하든 사용자에게 너무 많은 복잡한 과제들이 주어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운전석에 달려 있는 계기판을 비롯 각종 장치가 마치 항공기처럼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송 팀장은 "음성이 중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이 사용자 음성을 인식할 수 있다면 여러 단계를 거쳐 버튼을 조작하지 않고도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한번에 실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자동차에 적용된 음성 인식 기술은 주로 내비게이션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현대 · 기아차 차량만해도 목적지 탐색을 비롯 라디오 주파수와 CD 트랙을 음성만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예컨대 자동차 핸들에 있는 음성 인식 버튼을 누르면 '명령을 말씀해주십시오'라는 멘트가 나오고,운전자가 'FM 93.9'라고 외치면 1차 확인 후 실행된다.

음성 인식 기술의 앞으로 관건은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상황을 차량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송 팀장은 "명령어 목록이 지나치게 많은 데다 한국어 문법 구조의 복잡성 때문에 시나리오가 다양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통제할 검색 엔진과 미들 웨어의 성능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차량에 탑재된 CPU가 일반 컴퓨터 수준을 따라 오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보와 재미,인포테인먼트가 미래 자동차 핵심

정윤기 이너큐브 대표이사는 "앞으로 차량용 텔레메틱스의 기술 진화는 자동차 외부로부터 어떤 정보를 제공받을 것인가에 모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과 차량이 연결되면 도로공사가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있는 고속도로 상황을 그대로 받아 볼 수 있다. 위치 추적 서비스도 접목해 차량 도난을 예방하고,재난시 구조 수단으로 차량을 활용할 수도 있다.

정 대표는 "전자 지도,음성 기술이 상업화 관련해 중요해지고 있다"며 "자동차 엔진에서 한국이 글로벌 메이저 완성차 업체와 동등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IT 융합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 · 기아차와 삼성전자가 협력 관계를 맺고 차량용 반도체 등을 공동 연구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박민하 아날로그디바이스 차장은 "자동차용 센서 시장은 블루오션이지만 국내 개발 현황은 매우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자동차용 반도체 분야에서 향후 과제는 센서를 어느 정도까지 통합할 수 있느냐다. 차량이 복잡해질수록 센서도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차장은 "문제는 누가 이 기술을 개발할 것이냐"라며 "에어백,브레이크,서스펜션 등 각 분야의 제조업체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모비스를 비롯 에어백을 생산하는 부품업체들이 재정 여력이 풍부하다는 점에서 에어백 업체가 유력하다"며 "1~2년 내 독일에서 통합 센서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독일 인피니언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김미리내 인턴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