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베트남 캄보디아 방문에 이어 태국 후아힌에서 열린 한 · 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하고 어제 귀국했다. 이번 동남아 순방(巡訪)은 아세안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우선 한 · 아세안의 외교관계를 종전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문제를 적극 검토키로 한 것은 한국이 아세안 지역에서 중국 일본 등 초강대국에 맞서 3각 축을 형성할 수 있는 첫 단추를 낀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히 내년 주요 20개국(G20) 의장국을 맡아 선진국과 신흥국 간 가교역할을 적극적으로 해나가겠다는 계획에 대해 아세안 정상들이 기대와 사의를 표한 것은 이 대통령의 '신아시아 외교구상'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이 대통령이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북핵 일괄타결 방안인 '그랜드 바겐' 을 설명한 데 대해 아세안 10개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나선 것은 이번 순방 외교의 커다란 수확이다.

역내 경제 발전을 위해 힘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한 것 또한 영향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이 대통령이 한국의 성장 경험을 아세안 국가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역내 유 · 무상 원조 확대 방침을 밝힌 것 등은 이 지역 국가들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게 틀림없는 까닭이다. 경제 ·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1200억달러 규모의 기금조성을 내용으로 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의 조속 출범을 촉구한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사실 지금이야말로 '동아시아 공동체' 비전을 구체화하는 데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위기 이후 국제질서 재편 논의를 주도할 수 있게 된 만큼 비전과 리더십으로 아시아 통합을 선도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의 순방을 계기로 한국이 동아시아 공동체 형성의 구심점(求心點)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경제뿐 아니라 교육 보건 문화 스포츠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치밀하고도 구체적인 외교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