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 어느 날,뉴욕 월가의 강자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면서 세계금융시장,아니 세계경제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예전의 경제 이론과 투자 방법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이제 새로운 금융시대에는 무엇보다도 기존의 생각을 깨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해진 것이다. '생존'이라는 말과 '창조'라는 단어가 우리 가슴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바야흐로 정보화라는 단어보다 창조라는 언어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화두는 단연 창조다. 그리고 창조만이 살길이란다. 창조란 전에 없었던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냄으로써 새로운 성과나 업적 그리고 가치를 이룩해 내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 없는 창조'는 무의미하다. 창조는 가치를 수반한 것이어야 한다.

마케팅커뮤니케이션 활동,특히 광고를 만들어 내는 일은 창조에 바탕을 둔 작업이다. 그 창조를 바탕으로 일상적인 작업을 하는 일꾼들이 창조라는 단어의 매력에 흠뻑 젖어 있다. 삼성증권 광고를 통해서 우리는 그것을 느끼고 있다. '문제는 있는데… 방법이 없을까?'라는 고민과 번민의 해결책으로 'Create with you!!'를 제시한다. 문제의 발견과 이의 해결을 통한 새로운 가치의 창조를 추구한다.

금융위기와 같은 큰 문제에서부터 하찮은 개인의 문제까지,항상 우리들은 많고 많은 문제에 직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그것을 회피하거나 돌아가려고 한다. 그것이 인간의 습성이다. 그것이 오히려 더 큰 문제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반드시 있다. 우리 앞에 나타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지혜가 바로 창조인 것이다.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 속에 숨겨져 있는 창조력이 발휘되어 생활의 한 방식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은 광고를 통한 기업의 사회적인 책임 중 하나일 것이다.

삼성증권은 광고라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통해,우리에게 직면한 문제의 해결방법을 '나' 홀로가 아닌 '여러분들'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더불어&함께'를 담아낸 슬로건 'Create with you'을 내세웠다.

젊은이들은 걷는 것도 그냥 걷지 않는다. 그들이 걸으면 '문워크'가 된다. 낙서는 '그래피티'가 되며,입는 것은 곧 '보디 페인팅'이 된다. 젊은이들에게 자전거는 단순한 공간적인 이동 수단이 아니다. 그들이 타면 바로 '익스트림 스포츠'로 변한다. 이 내용이 삼성증권 시리즈 광고의 첫번째다. 20초 광고 하나에 4가지 '창조'가 번뜩인다. 버리기 아까운 것,좋은 것들을 한꺼번에 담으려다 오히려 넘치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본다. 광고에서의 단순화는 버리기 힘든 작업의 한 과정이다.

그런데 2편부터는 자리를 잡았다. 두 번째에서는 추함이 아름다움으로 변한다. 쓰레기통이 농구대로 재창조된다. 컨셉트의 일관성에 표현소재의 다양성이 어우러졌다.

세 번째에서는 여성을 통한 섹스어필이 우리들의 시선을 끌어당긴다. 성적인 표현은 문학과 예술,동서양과 시대를 초월한 창조의 영원한 소재다. 여성의 가슴에는 꺼진 노트북을 다시 살아나게 하고,남성을 유혹하는 그 무엇이 숨어 있는 모양이다. 여성의 감추어진 곳에 대한 한 남성의 호기심이 우리들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네 번째 광고에서는 문제를 다루는 시야가 넓어졌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문제가 바로 우리의 문제로 들어 왔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고민과 어려움이 큐드럼이라는 새로운 발상을 통해 해결된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우리들이 해결해야 할 한 부분이 된 것이다. 이제 아프리카의 어린이들도 삼성증권,아니 우리의 한 가족인 것이다.

다섯번째는 소비자의 마음읽기와 배려다. 과속방지라는 단어에 우리는 언제나 과속방지턱이나 경찰의 과속단속 카메라를 떠올린다. 남성 운전자들의 과속심리를 진정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여성인지도 모른다. 역사는 남자들이 움직이지만,그 남자들을 조종하는 존재는 바로 여성이다. 남성들의 스피드 욕구를 다스리는 것도 여성의 역할인 모양이다.

시리즈 광고의 마지막은 다이어트다. 식욕을 잠재우는 아이디어의 제공이다. 과장도 하나의 표현형식이다. 과장이 없는 표현은 소비자를 설득하기 쉽지 않다.

오주섭(고려대학교 언론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