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09] (2) 신입사원 700명 2년동안 '지구촌 순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 스탠다드차타드의 인재전략
스탠다드차타드 필리핀 법인에 '국제신입사원트랙(IG · International Graduate)'으로 입사한 낸시 추아씨는 최근 스탠다드차타드 홍보 동영상 경진대회에 참가했다. 비용 지원은 없었지만 국제신입사원은 모두 참가할 수 있는 대회였다. 그는 즉각 파키스탄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의 동기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파키스탄인 하스나인 라자 샤,싱가포르인 잰슨 앙,한국인 손하림씨 등이 팀에 합류했다. 10여명은 온라인으로 의견을 교류하며 콘티를 짰고,각 지역에서 자신의 모습과 코멘트를 찍은 뒤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인 비디오로 당당히 상을 탔다.
◆연간 700명 신입사원 세계를 누빈다
'국제신입사원(IG 사원)'이라는 제도는 스탠다드차타드가 오랫동안 운영해 온 미래지도자 양성 코스다. 대학 졸업자들 중 일부를 별도 트랙으로 뽑아 '맞춤형 MBA'처럼 2년간 해외 경험을 쌓고 공부하게 하는 제도다. 이후에는 고국에 돌아가 근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 출신 20~30명 등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연간 700여명 규모로 운영된다. 이들은 전액 회사 지원으로 2개국 정도의 다른 나라 현지법인에서 신입사원으로 근무한다. 또 다른 국가에서 열리는 경제 · 경영교육,언어교육,컨퍼런스에도 참가해 경험을 늘린다. 2007년 7월부터 2년간 IG 사원으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등을 경험한 김유경 SC제일은행 과장은 "해외 근무 경험을 통해 국제 마인드나 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 좋았다"며 "같은 IG 사원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레 국제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된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 본사에서 만난 트레이시 클라크 스탠다드차타드 인재총괄 본부장은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무조건 비행기를 타고 해외를 돌아다니게 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새로운 곳에서 커뮤니케이션하고 업무를 익히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네트워크 갖춘 다국적군 인재풀
스탠다드차타드가 이 같은 프로그램을 도입한 이유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동 등에서 주로 사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영국 회사지만 영국을 포함해 유럽이나 북미에서는 사업이 거의 없거나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이렇다보니 이 회사에서 유럽 북미 호주 뉴질랜드 등 서구권 직원 비율은 5% 정도에 불과하다. 125개국 출신으로 구성된 '다국적군' 인재풀을 갖춘 셈이다.
이들은 우선 현지 네트워크와 현지 언어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스탠다드차타드의 든든한 밑천이다. 클라크 본부장은 "은행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내용은 비슷비슷하다"며 "문제는 그것을 고객에게 '어떻게' 전달하느냐"라고 지적했다. 그는 "예컨대 아프리카에 가서 사업을 시작하는 중국인이 있다면,우리는 중국인 직원을 아프리카로 보내 그를 돕게 할 수 있다"며 "그렇게 하면 중국인은 현지 커뮤니티에 해당 직원을 소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이 말레이시아인이라면 말레이시아 직원이 말레이시아어로 복잡한 은행 업무를 세계 어느 곳에서나 지원할 수 있는 구조다. 그야말로 '사람 장사'를 하는 셈이다.
또 이 회사는 2000년대 들어 현지 금융사를 대거 인수하며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2000년 이후 이 회사가 인수했거나 지분을 사들인 현지기업은 모두 17곳에 이른다. 2000년 인도의 ANZ그린들레이즈,2005년 한국의 제일은행,작년에는 미국의 아메리카익스프레스뱅크 등을 합병했다. 2005년 68억6100만달러였던 영업 수입 규모는 작년 139억6800만달러로 3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스탠다드차타드의 사업 · 인재관리 전략은 불황기에 구체적인 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스탠다드차타드는 2008년 전체 수입이 전년 대비 26%,영업이익이 13%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실적은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지난 8월 발표된 올 상반기 실적도 수입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14%,10% 상승했다.
◆현지 문화 · 언어 다양성 존중
다양성을 존중하는 스탠다드차타드의 문화는 실제 임직원 구성에도 반영된다. 전체 임직원 다섯 중 넷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이다. 인도 등 남아시아 출신이 24%,동남아시아 출신이 21%,중국 · 홍콩 출신이 13%,동북아시아 출신이 9%,아프리카 출신이 8% 등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직원들이 일정 레벨 이상 오르면 국제경험을 쌓을 것을 강력히 권한다. 최고 임원 중 상당수가 다시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세계 각지로 파견되기 때문이다. 클라크 본부장은 "현재 800여명 직원들이 자신의 출신국가를 벗어나 해외 근무지를 경험하고 있다"며 "영국 본사에 오는 경우보다는 홍콩 출신이 인도에서,한국 출신이 중동에서 근무하는 식으로 지역을 넘나드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런던(영국)=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