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원화 강세)과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최대 2%포인트가량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달러 약세와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인해 원화는 주요 통화 대비 강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수석연구원은 앞으로의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과거 원화가 강세를 보였을 때보다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2005~2007년의 원화 강세는 세계적인 호황속에 진행돼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비교적 작았다고 분석했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를 수출물량 증가로 만회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지금의 원화 강세는 세계적인 경제 침체 속에 진행되고 있어 수출 기업은 이중의 타격을 받는다. 내수기반도 전보다 약해졌다는 분석이다. 2005~2007년 내수경기는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에 힘입어 호조를 보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자산가격이 떨어진 데다 가계부채도 많아 내수 소비가 살아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원화 강세와 함께 유가 등 국제 원자재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정 수석연구원은 "원화 강세,엔화 약세,원자재가격 상승 등 주요 변수가 최악의 방향으로 흐른다고 가정했을 때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97%포인트 낮아진다"고 말했다. 원 · 달러 환율이 올해보다 10% 떨어지고 원 · 엔 환율이 5% 하락하는 가운데 국제 원자재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결과다.

정 수석연구원은 "환율 하락시 특히 가전,자동차,정보통신 등 수출 주력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며 "정부는 외환시장의 저변을 확대하고 기업은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환율 하락의 영향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부동산시장 진단과 정책대응'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향후 부동산정책은 경기 활성화와 가격 안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내년 부동산시장은 올해보다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경기회복에 따른 금리 인상과 미분양 주택 문제 등 시장회복을 제약하는 요인도 많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