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상처를 남기는 건 폭력일까 아닐까. 대한체육회가 만든 '스포츠 인권보호 가이드라인'(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폭력이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19일 열린 대한체육회의 국정감사에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과연 이것이 인권보호 가이드라인인지 폭력지침서인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이 가이드라인이 열거한 '폭력이 아닌 경우'는 충격적이다. '상대방에게 입힌 상처가 매우 가벼워 치료할 필요가 없고,치료를 받지 않더라도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자연히 나을 수 있는 정도인 경우''일반적으로 서로 장난하면서 가볍게 치는 것''단순한 욕설''물건을 훔치는 것'등을 열거했다.

선수들끼리 다투다 지도자가 선수를 때려 가벼운 상처를 남기더라도 자연히 나을 정도면 폭력으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뉘앙스다. 특히 선수폭력 예방 항목에 '폭력이 필요할 경우 지도자의 허락을 받고 지도자가 있는 자리에서 합니다'라는 문구를 넣어 지도자 앞에서의 폭력을 부추기는 듯한 지침을 남겼다. 게다가 욕설과 도둑질을 폭력이 아니라고 굳이 포함시킨 것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가이드라인뿐 아니라 인권향상 예산 및 교육활동이 부족한 점도 지적됐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