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지털방송위원회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동으로 제안한 기술을 모바일 디지털TV 표준으로 확정한 것은 우리 업체들이 차세대 모바일TV 표준을 이끌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않다. 게다가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두 거대 회사가 기술표준 채택 단계에서는 협력하고, 시장판매 단계에서는 경쟁하는 새로운 상생모델을 보여준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이번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공동으로 제안한 기술표준은 도심, 산악, 지하 등 다양한 수신환경에서 시속 290㎞로 이동하면서도 고화질 다지털 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마디로 국내 기술력의 우수성을 과시한 것이다. 이로써 삼성과 LG는 디지털 TV에 이어 모바일 디지털TV까지 주도권을 쥐는데 유리한 발판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 과정에서 삼성과 LG가 기꺼이 협력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당초 삼성과 LG는 다른 외국회사들과 함께 모바일TV 표준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LG전자는 각기 다른 부분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가운데 두 회사는 서로의 장점을 결합할 경우 미국의 표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공동연구를 통해 이를 관철시켰다. 이번 표준으로 삼성과 LG는 특허사용료뿐 아니라 칩과 세트 판매 등 이중 삼중의 수익구조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방송 분야에서 세계표준을 선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휴대폰 충전단자 국제표준화를 추진중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20핀 휴대폰 충전단자 규격을 국제표준 초안으로 채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표준에 임하는 전략이다. 삼성과 LG처럼 경쟁하는 대기업들이 서로의 기술적 장점을 결합할 경우 세계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분야들은 많다고 본다. 대기업과 대기업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협력할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기업들이 시장진입 후에는 치열하게 경쟁하더라도 기술개발이라든지 표준채택 단계에서는 협력하는 지혜가 타 분야로도 확산돼야 한다. 그럴 경우 보다 많은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기술주도권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