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이 어제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루어졌다. FTA 발효를 위해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이기는 하지만 또 하나의 의미있는 걸음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식발효는 양측이 국내절차를 완료한 후가 되겠지만 발효가 지연될 것에 대비한 잠정적용 조항도 있어 내년 중 FTA가 발효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로서는 FTA 지평을 EU로 넓히면서 해외시장 공략과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 등의 측면에서 큰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EU는 최근 경제통합체에서 정치적 통합체로 발전하기 위한 중대한 진전을 이룸으로써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국제질서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이다. EU는 우선 GDP 규모에서 미국을 능가한다. 환경규제, 산업표준 등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선도하고 있고, 특히 녹색성장을 앞장서 이끌어가는 경제권이기도 하다. 관세철폐 등 높은 수준의 FTA 체결로 전체적으로 무역 확대는 물론이고 외국인투자 촉진, 녹색성장을 향한 협력 증진 등 다각도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물론 분야별로는 희비가 엇갈릴 것이다. 일부 농산물 분야에선 사전 대응책이 필요해 보이고, 자동차 등 공산품 분야에서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FTA 협정 자체로 피해나 이익이 사전적으로 결정되는 건 결코 아닐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에서 오히려 경쟁력을 높일 수도 있고, 공산품에서 시장점유율을 기대 이상으로 더 확대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가서명 협정문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치밀한 대응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EU도 우리와의 FTA를 적잖이 기대하고 있다. 미국을 의식하는 EU로선 이번 기회에 동북아시장에서 확고한 거점을 노리는 눈치다. 이는 한 · 미FTA 발효를 앞당기는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우리는 한 · EU FTA를 한국경제를 새롭게 도약(跳躍)시킬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고, 또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