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회사라는 조직을 만든다. 그들은 개인들이 각자 일할 때보다 훨씬 더 큰 일을 도모한다. "

HP의 공동창립자 가운데 한 사람인 데이비드 팩커드가 한 말이다. 회사라는 조직의 의미와 가치를 얘기할 때 이만큼 정곡을 찌르는 언명도 없다. 회사라는 것이 생기면서 즉 사람들이 모여 영리를 목적으로 조직을 만들면서 생겨난 것이 시너지(synergy)다. 한 사람이 할 때보다 능력이 커지게 됐고, 그래서 아무리 뛰어난 개인도 감히 도모할 수 없는 일을 회사가 벌이는 것이다. 회사라면 그러니까 당연히 '큰 일'을 도모해야 한다.

1800년께부터 회사라는 조직이 본격 활동하면서 인류는 이전에는 상상도 못한 성장을 경험하게 됐다. 회사를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은 건 이 때문이다. 그렇게 기업의 힘이 커지면서 나라나 사회의 발전도 결국 회사가 이끌게 됐다.

그러면 회사가 도모해야 하는 큰 일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우선 그 일의 규모가 커야 한다. 혼자 팔면 장사지만 모여서 팔면 사업이 된다. 또 공익적이어야 한다. 공공적인 일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이어야 한다. 대중교통 회사가 있어 사람들은 걸어다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바로 종업원의 성장이다. 회사와 동시에 그 조직원인 직원들이 성장할 수 있는 일이라야 큰 일이다. 회사가 이런 '큰 일'을 해야 기업이 크고 나라가 성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다.

언론사 교육기관을 운영하면서 못 마친 숙제가 있었다. 인재가 넘치는 대기업은 항상 교육에 관심이 많고, 중소기업은 회사의 의미는 고사하고 직원들의 성장을 생각할 여유가 없는 현실을 어떻게 하면 타개할 수 있을까. 직원 교육의 중요성에 관해 말을 꺼내면 "그건 급하지 않다"며 손사래를 치고 대신 좋은 '아이템'이 없는지,아는 거래처는 없는지를 먼저 물어올 때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기야 그들의 성장 경로가 그런 것 아닌가. 한국의 중소기업들은 '아이템'을 잘 잡으면 생존할 수 있었다. 운 좋게 공단부지를 분양 받으면 제품이 팔리지 않아도 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가격이 상승해 위안이 됐다. 그러다 보니 회사의 성장도,직원들의 성장도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이런 이들에게 "21세기의 지배적인 경쟁무기는 교육 받은 인력과 그들의 기술이 될 것"(레스터 서로)이라는 말은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한국경제 리스타트 교육 캠페인'을 준비하면서 중소기업 교육의 핵심문제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정보의 부족이었다. 예를 들어 연간 1000억원 가까운 돈이 기업주들이 낸 고용보험에서 직원교육비로 환급되고 있는데 거의 80%를 대기업들이 타가고 있었다.

다행히 늦지 않았다. 지난 1년간은 경제위기 속에서 직원교육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니 이제 다시 시작해도 된다. 마침 정부의 지원정책도 중소기업 위주로 급격히 바뀌고 있다. 게다가 직원들도 이제 교육을 부담이 아니라 권리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침 경기 회복기다. 그동안 못해온 직원 교육부터 시작하면서 호황을 대비하는 것으로 성장전략도 짤 수 있다. 컴퓨터를 새로 켜듯이 다시 시작(restart)하면 된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