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외에서 부는 막걸리 열풍과 함께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한식세계화 추진과 맞물려 우리 전통주를 세계적 명품으로 육성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우리술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전통주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농촌진흥청도 최근 산림경제,증보산림경제 등 고서의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땅에서 생산한 식재료로 빚은 전통주들을 복원한다고 밝혔다.

방랑시인 김삿갓이 즐겨 마셨다는 송로주,복숭아 꽃 가지를 항아리에 넣고 밀봉해 발효시킨 도화주,술 빛깔이 푸르고 향기롭다는 벽향주,귀족층이 즐긴 술로 색깔이 거울과 같이 맑고 아름다운 녹파주,향기와 달기가 특이해 입에 머금으면 삼키기 아깝다는 석탄주 등 이름까지 아름다운 전통주가 그것이다. 이번에 복원되는 술은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제조되는 가향주가 많지만 3일 만에 술을 빚어 먹을 수 있다는 '삼일주'나 사시사철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사시주' 등 서민들이 즐겨 마셨던 술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우리 술의 맥이 끊어진 잃어버린 100년을 되찾을 수 있을지 자못 기대가 크다.

외식사업에 종사해온 필자는 평소 한식 세계화에 큰 관심을 갖고 중국과 싱가포르에 한식당을 선보여 왔다. 그런데 한식 세계화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한식과 어울리는 세계적 전통주가 없다는 것이다. 음식강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을 보면 자국의 음식과 전통주의 '마리아주'를 매우 중요시 한다. 이는 프랑스 요리와 와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일본 요리를 먹을 때 사케를 빼놓을 수 없듯이 중국 요리에는 국주인 '마오타이'를 비롯해 소흥주,죽엽청주,고량주 등이 있다.

우리나라도 늦은 감이 있지만 한식 세계화에 대한 기치를 올린 지금이 바로 전통주를 세계화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 일 정상 오찬에서는 막걸리로 건배를 해 눈길을 끌었다. 내년 11월에는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를 연다고 한다. 이때 건배주를 우리 전통주로 한다면 중국의 마오타이가 1972년 마오쩌둥과 닉슨의 중 · 미 수교에서 건배주로 쓰이면서 세계적 명주가 됐듯이 우리 전통주가로 부상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술 세계화에 앞서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전통주 사랑이다. 막걸리는 최근 백화점 주류코너를 비롯해 골프장 그늘집,특급호텔에서도 판매할 만큼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막걸리가 식이섬유와 효모,단백질,무기질이 풍부한 웰빙주로 소문이나 지난해 막걸리 수출량 5457㎘ 중 90% 정도가 일본으로 수출됐다.

한식도 전통주도 먼저 국민의 사랑을 받아야 진정한 세계화가 가능하다. 세계화에 앞서 우리 것에 대한 가치 존중이요,아름다운 문화에 대한 보존차원에서 온 국민이 전통주를 사랑해야 할 때가 아닐까.

김순진 < 놀부NBG 회장 kimsj@nolbo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