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포에 자동차 부품 공단을 만들겁니다. 개성공단에 나가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과도 뜻을 맞췄어요. "

박상권 평화자동차 대표(사진)만큼 북한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평양 시내 한 복판에 4층짜리 평화자동차 건물을 세워놓고,남포 공단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있으며,보통강호텔이란 북한 최고급 호텔을 17년째 운영하고 있으니 '없다'란 확언에 근거는 충분하다. 북한이 육로 통행을 봉쇄할 정도로 남북관계가 험악했을 때도 박 대표만큼은 신분증 하나만으로 무사 통과했다.

평화자동차총회사는 1998년 1월 남북이 처음으로 합작해 만든 기업이다. 남한 평화자동차가 70%,북한 민흥총회사가 30%를 각각 투자,2002년부터 완성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휘파람,뻐꾸기,준마,삼천리 등 승용차와 소형 버스 8종을 만들고 있다.

북한이 평화자동차를 위해 내놓은 공단 부지는 평양에서 남포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끝자락 33만평에 달한다. 박 대표는 이곳에 부품 공단을 만들 계획이다.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차량들을 북한 정부가 일괄 폐차시켰습니다. 우리를 위한 배려입니다. 북한 정부도 자동차 산업을 육성해야겠다는 의지가 분명합니다. 부품은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부품 전용 공단을 만들겠다는 거고 남북 당국자와 의견 조율 중입니다. "

개성공단에 나가 있는 대화공업기계 등 국내 부품업체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에 투자한 지 10여년,평화자동차는 지난 5월 처음으로 수익을 냈다. 금액은 53만달러.생산량도 급증하고 있다. "재작년까진 연간 350대 팔았어요. 그런데 작년에 두 배 가까운 650대를 판매했습니다. 여기에서 100대면 한국으로 치면 1만대 수준이에요. 올해는 8월 말까지 881대를 판매했습니다. 총 생산은 1428대이고요. "

북한 정부가 지난달까지 벌인 '150일 전투'효과 덕을 톡톡히 봤다. "2012년을 목표로 강성대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놨어요. 매년 150일 동안 한 사람도 노는 사람 없이 생산 부문에서 혁명을 일으키자는 겁니다. 일하려면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340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우리 공장도 1일2교대로 일합니다. "

얘기를 나누다보니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정말 북한에서 그는 돈을 벌 수 있을까. 기업인 박상권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번도 차 파는 일을 걱정한 적이 없다"고 했다. "현재 북한에 굴러다니는 완성차가 18만대쯤입니다. 인구는 2300만명이고요. 한국은 4명 중 1대꼴로 차량을 보유하고 있어요. 경제 발전의 기초는 자동차입니다. 주문이 빗발쳐 생산이 못 따라갈 날이 곧 올 겁니다. "

박 대표가 들어가서 북한을 변화시킨 것도 꽤 된다. 국제 회계 기준을 도입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53만달러 수익도 한국과 똑같은 회계를 적용해 산출했다. "삼정회계법인 회계사를 매년 결산 때 북한에 보냅니다. 처음엔 반발이 심했죠.국제적인 기업이 되기 위해선 꼭 해야 한다고 설득했습니다. "

박 대표는 베트남에도 1989년 투자했다. 외자 기업 중 거의 최초다. '남다른 발상,남다른 행동'.평화자동차의 사훈이자 박 대표의 좌우명이기도 한 이 말처럼 그는 지금도 불가능에 도전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