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작가들의 미술 작품이 몰려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 청담동 인사동 등 화랑가와 미술관에선 미국과 중국,일본 현대미술 전시가 주류를 이뤘지만 올 들어서 독일 스위스 덴마크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작가 작품전으로 바뀌고 있다. 네덜란드 유망 작가 프레 일겐을 비롯해 올라퍼 엘리아슨 · 크리스토퍼 악셀보(덴마크),캐서린 보라(이탈리아) 등 30여명이 개인전이나 그룹전을 갖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

한국-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대한 양측의 서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데다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로 뉴욕 현대미술 시장이 한풀 꺾이면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다만 최근 유로화 강세 기조에 따른 작품 가격 부담 요인으로 국내시장에서 얼마나 판매될지는 미지수다.

◆줄 잇는 전시=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는 덴마크 인기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학고재 화랑은 네덜란드 출신의 회화 및 설치미술가 프레 일겐(53)을 초대했다.

더컬럼스 갤러리는 스위스 페인팅 작가 '마커스 웨겐맨 개인전',디 갤러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결성된 미술단체 '코브라'에서 활동한 작가 8인전을 연다. 또 아라리오갤러리는 마크 퀸 · 시그마 폴케 · 네오 라흐 등이 참여하는 '유럽 현대미술 거장전',브레인 팩토리는 유럽 작가 10명의 그룹전 '플렉시블 아우라전'을 개최한다.

◆왜 유럽 작가인가=서명을 눈앞에 둔 한국-EU FTA 체결로 미술 시장에도 적잖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 화랑들이 앞다투어 유럽 작가 작품을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팝아트를 중심으로 한 미국 현대미술 시장이 지난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주춤하자 유럽의 유망 작가 작품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컬렉터가 늘고 있는 것도 전시회 증가의 또 다른 요인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 메이저 화랑 마이클슐츠,디갤러리,프랑스의 오페라갤러리 등 유럽 화랑들의 잇따른 국내시장 진출도 유럽 작가전 붐을 부추기고 있다.

미술전시기획전문가 이대형씨(H존 대표)는 "런던과 베를린이 유럽 현대미술의 허브로 뜨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미국이나 중국의 현대미술이 경기 변동에 따라 그동안 급격한 가격 변동을 겪은 데 비해 유럽은 안정적인 편"이라며 "하지만 유로가 강세인 점을 고려할 때 작품 구입에 다소 가격 부담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