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외신들은 일제히 '뜻밖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다원주의와 타협 등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노력했지만 취임 1주년도 훨씬 안 된 상황에서 성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영국 BBC방송이 수상자 발표 직후 웹상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네티즌들은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4월 '핵 없는 세상'이란 비전을 제시한 체코 프라하 연설 이후에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분쟁,아프가니스탄 및 이라크 문제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또 이집트 카이로 연설 이후 한때 '오바마 신드롬'이 일었던 중동에서도 벌써 오바마에 실망감을 느끼는 분위기다. 탈레반 대변인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이날 AFP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를 위해 전혀 기여한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1983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은 "그는 아직 제안만 내놨을 뿐인데…"라며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노벨위원회가 '국가 간 유대와 군축,평화회의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평화상을 수여하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업적에 대한 평가보다는 격려 성격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축하 서한에서 "다양한 국가,문화,문명 사이의 대화와 관용을 강조한 오바마 대통령의 비전에 노벨위원회가 최고 영예의 상으로 화답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핵 없는 세계를 만들자는 오바마 대통령의 생각이 반영된 결과"라며 축하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