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처음으로 학생을 선발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2기 신입생을 뽑는 2010학년도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경쟁률이 지난해 절반 수준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위기로 연간 최고 2000만원에 달하는 등록금이 부담되는 데다 2016년까지 사법시험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제주대 빼고 일제히 하락

전국 25개 대학의 9일 오후 5시 현재 전체 평균 경쟁률은 3.38 대 1로 지난해 6.84 대 1에 비해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서울대와 고려대를 제외하고 중간 집계 현황을 밝힌 23개 대학 중 제주대를 제외한 22개 대학 모두 경쟁률이 떨어졌다.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인 영남대가 5.58 대 1로 지난해 평균에도 못 미친 가운데 절반 정도가 3 대 1을 넘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서울대와 고려대도 마찬가지란 예상이다. 지난해 9.85 대 1로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서강대도 5.03 대 1로 낮아진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4 대 1 안팎으로 평균보다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던 대부분의 지방대 로스쿨이 올해는 2 대 1 안팎에 머물렀다.


◆예견된 결과

지난해에 비해 올해 경쟁률이 하락할 것이란 점은 예견됐다. 올해 LEET(법학적성검사시험) 응시자수는 7411명으로 작년 9693명보다 2282명이 줄어들었다. 이 같은 리트 응시자 감소는 사법시험이 2016년까지 연장됨에 따라 수험생들이 로스쿨보다는 아직 사시에 전념하는 게 낫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사법시험 2차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한 수험생은 "사시 합격이 쉽지 않아 로스쿨 진학도 고려해본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아직 꽤 많은 시간이 남았다고 판단해 주위 친구들은 사법시험 합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사시험,2년간 실무교육 등의 과정이 사시보다 길고 복잡한 것도 지원자들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학계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해도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70% 선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변호사시험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아도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던 점 등이 로스쿨에 대한 매력을 떨어뜨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변호사로서의 전문 능력에 대한 의심도 이유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로스쿨 출신자와 사시 합격자 중 한 사람을 뽑는다면 사실상 사시 출신을 선호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며 "로스쿨 출신자들의 능력이 검증될 때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방 · 소규모 로스쿨은 더 심각

지방 · 소규모 로스쿨은 1기 학생들마저도 대거 이탈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올 2학기 등록 기준으로 지방대 로스쿨생 이탈은 전남대 13명에 이어 충남대 9명,부산대 8명,경북대 8명 등 11개 지방대 로스쿨에서 58명에 달했다. 적은 정원으로 로스쿨을 운영하는 지방대로선 예산 운영에 타격을 받을 정도다.

한 지방대 로스쿨 관계자는 "2010학년도 로스쿨 합격생이 최종 확정되면 이탈 학생이 더욱 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관계자는 "서울 · 대형 로스쿨로 가려는 지방 · 소규모 로스쿨 학생이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며 "내달 사법시험 2차 합격자가 발표되면 결원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