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 PB센터를 찾아오는 거액 자산가 중에서는 상속 · 증여세율 인하가 늦어지고 있는 것을 아쉬워하는 고객들이 많다. 정부는 현행 10~50%인 상속 · 증여세율을 소득세율(6~35%) 수준으로 내리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지난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부자 감세'등의 비판 여론에 밀려 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최근 정부가 친서민 정책에 역점을 두고 있어 상속 · 증여세율은 당분간 인하되기 어려울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세율이 인하될 때까지 재산 증여를 미룬 채 마냥 기다리고 있을 필요는 없다. 비록 세율은 내리지 않았지만 세금 부과의 기준이 되는 자산가액이 많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증여세는 면적이나 위치 등이 비슷한 다른 물건의 매매가나 감정가액 등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유사한 물건의 매매사례를 찾기가 힘들어 기준시가를 적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해 1월1일을 기준으로 고시된 기준시가(공동 · 개별주택 가격,개별공시지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연초 부동산 가격이 많이 떨어진 상황이 반영된 것이다.

이후 경기회복세와 함께 부동산 가격이 많이 회복됐기 때문에 만약 내년 1월1일을 기준으로 기준시가를 책정하면 가격이 다시 대폭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내년 기준시가가 고시되기 전에 증여를 하면 낮은 가액으로 세금이 부과돼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어쩌면 올해는 10여년 만에 찾아온 증여세 절세의 기회인 것이다.

예를 들어 3년 전에 30억원을 주고 매입한 상가를 내년에 40억원의 기준시가로 자녀에게 증여한다면 13억8000만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이에 비해 올해 기준시가가 35억원이라면 11억4700만원만 세금으로 내고 증여를 할 수 있다. 세금이 2억3300만원이나 줄어든다.

증여세를 더 줄이고 싶다면 단순증여가 아닌 부담부증여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부담부증여란 증여를 받는 사람이 채무까지 함께 인수하는 것을 뜻한다. 위의 경우 35억원짜리 상가를 증여하면서 20억원의 채무까지 부담부증여로 물려준다면 3억9600만원의 증여세와 680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합쳐 총 4억6400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