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 가서명을 눈앞에 둔 한 · EU 자유무역협정(FTA)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리스본 조약이 가져올 변화 가운데 주목되는 부분은 유럽의회의 권한 강화다. 특히 통상정책 이슈를 포함하는 국제협정을 체결하려면 유럽의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돼 있다. 한 · EU FTA는 바로 이런 규정에 해당되는 국제협정으로 유럽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 · EU FTA는 오는 15일께 브뤼셀에서 양측 통상장관 사이에 가서명이 있을 예정이다. 이후 협정문 번역 등의 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본 서명은 리스본 조약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1월1일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한 · EU FTA가 공식적으로 발효되려면 '유럽의회 승인'이라는 최후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리스본 조약이 한 · EU FTA에 브레이크를 걸 가능성은 낮다. 현행 니스 조약 체제에서는 협정의 어느 범위까지가 이사회 권한이고 어디까지가 유럽의회인지,또 개별 회원국의 권한은 어느 정도인지 등이 모호했다. 하지만 리스본 조약이 발효되면 오히려 이런 권한이 명료하게 정리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명료해진 법 체제 아래에서 27개국 회원국의 총의를 모은 이사회와 회원국 '민의'를 대변하는 유럽의회의 동의를 받는다면 한 · EU FTA의 정당성과 가치는 더 높게 평가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유럽의회가 FTA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주체로 부상함으로써 협정에 반대하는 쪽에서 유럽의회 로비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관세 환급과 원산지 규정 등을 놓고 한 · EU FTA 협상과 가서명에 강하게 반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저지하지 못한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등이 유럽의회를 상대로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유럽의회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한 · EU FTA 발효가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