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 방식(PNG)으로 들여오려던 정부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가스공사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형태로 들여오는 방안을 우선 추진키로 했다.

주강수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29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베리아산 가스를 먼저 LNG로 도입하고 PNG는 북이 요구하면 검토하기로 러시아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가즈프롬과 함께 북한을 경유하는 파이프라인 방식을 검토했던 가스공사가 방침을 바꾼 것은 남북 관계와 비용 문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주 사장은 "지금 북한에서 비공식적으로 너무 많은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스공사는 이에 따라 시베리아산 가스를 운송하는 파이프라인의 종착지인 블라디보스토크에 건설될 가스액화 플랜트에서 LNG선으로 건설 중인 삼척 비축기지와 기존의 가스 비축기지로 운송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가스공사는 2015년부터는 연간 최대 750만t의 시베리아산 천연가스를 도입하기로 지난해 합의했다.

가스공사는 시베리아 지역 가스 개발 참여도 적극 검토키로 했다고 주 사장은 말했다.

그는 "러시아 가스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북극해 연안의 야말반도가 가장 유망한 곳"이라며 "러시아 측은 가스 개발에 참여하면 해당 지역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주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주 사장은 지난 22~26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의 초청으로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과 함께 야말반도를 방문했다.

주 사장은 또 납입자본금이 3846억원 수준인 가스공사의 대규모 증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유상증자로 2조원 규모를 조달하고 자산 재평가 등이 이뤄지면 현재 4조2000억원대인 총자본이 8조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며 "지금보다 3~5배 규모를 키워야 세계 에너지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