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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회복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으나,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어렵다. 그러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승승장구하면서,세계시장을 호령하는 '보석'같은 중소기업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찌감치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끊임없이 찾아나섰다는 것이다. 손톱만 한 부품 하나를 만드는 중소기업이라도 1위 기업은 1위를 할 만한 이유가 있는 법. 제품 하나로 세계 시장에서 당당히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겨루는 작지만 강한 중소기업들을 만나본다.

◆ 원천기술이 힘이다

건축외장재 전문기업 동해산업㈜은 건축과 조경에서 폭넓게 쓰이는 친환경 합성목재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2005년 론칭한 합성목재 브랜드 '클릭우드'가 세계적인 브랜드와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최상급 기능으로 동종업계에 혁신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클릭우드의 원천이 되는 기술은 2003년 특허에 등록한 '목분 합성 인조목 제조방법'이다. 목분과 특수수지,그리고 기존에는 배합이 어려웠던 왕겨를 독자적인 삼투압 배합기술로 혼합해 발포 · 성형하는 것이 원리. 이렇게 탄생한 합성목재는 목재와 비중이 거의 같아 물에 가라앉지 않으며 내함수성,내충격성,내복원성,내후성 등이 천연목재보다 오히려 뛰어나다.

이러한 성능을 인정받아 지난해 조달청 우수제품으로 선정돼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자재보험처리가 가능한 제품으로 화제가 됐다. 또 합성목재로는 국내 최초로 조달청 3자 단가 계약을 체결,동종제품보다 30% 저렴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현재 지자체 조달 물량의 60% 이상을 점유 중이다. 동해산업㈜이 시장에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요인은 한마디로 원천기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경쟁업체들이 수입품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동해산업㈜은 고집스럽게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비로 쏟아 부었고,결국 원천기술을 갖추게 됐다.

◆사람이 경쟁력

경기도 포천에 소재한 통명석재㈜는 "아무리 어려워도 사람은 자르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을 지키고 있다. 내수시장 침체,원자재 가격 상승 등 '다중고' 때문에 객관적으로 감원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을 때도,이 원칙을 버리지 않았다. 사람 중심의 경영철학은 통명석재㈜의 경쟁력 원천이 되고 있다. 사원 하나하나가 기울이는 정성의 미세한 차이가 품질과 직결된다는 믿음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직원 복지시설로 이어졌다.

최신 컴퓨터와 TV,냉장고 등이 설치된 기숙사와 무료식당은 물론이고 직원들의 빠듯한 생활을 감안해 인근 주유소를 지정 기름 값을 지원해주는 시스템도 갖췄다.

통명석재㈜ 관계자는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쌓아온 장인정신과 기술이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가전제품에 쓰이는 표면처리강판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우진철강㈜도 미래의 경쟁력은 사람이라고 판단하고,많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는 일부만 보조하고 있지만,향후 전액 지원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다.

◆세계를 품어라

40년 가까이 헬멧 하나만 만들어 정상에 우뚝 선 홍진HJC는 일찌감치 국내시장을 석권했지만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로 눈을 돌렸다. 지금은 모터사이클용 헬멧분야에서 '최고 중의 최고'로 통하지만 이 회사 홍완기 명예회장이 1980년대 후반 미국시장의 문을 처음 두드렸을 때는 '장난감 수준'이라는 혹평을 듣기도 했다. 품질 하나는 자신 있다고 믿었지만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이 회사는 이때부터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내자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연방 교통국의 38개 헬멧 규격인증 항목을 파악하기 위해 영어와 씨름했고,일본에서 세계 최고가의 충격시험기를 수입해 전혀 다른 새 제품을 개발했다. 결국 이 회사는 연구에 들어간 지 6년 만에 미국 정부 인증을 획득했고,지금은 자체 상표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마켓리더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지금도 매출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으며,본사 직원 중 15%가 연구개발 인력이다. 누구나 꼭 갖고 싶은 헬멧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투자한 것이 세계일류상품을 만든 비결이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