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노사현장의 힘의 균형이 노조쪽으로 기울어진 데는 정부나 정치권,학계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관료나 정치인,지식인들이 규정이나 법리 관계를 벗어난 친노동 발언을 하다보니 노사관계의 원칙이 흔들리고 정부의 대응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노동권력을 의식한 정치권과 정부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정상적 노사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쓴소리다.

특히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당시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현안인 비정규직 문제나 특수고용직 근로자의 인정 문제 등을 놓고 법을 무시하거나 정책 기조와 동떨어지는 발언을 해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2003년 권기홍 노동부 장관은 "노조가 불법 파업을 했더라도 주장이 정당하다면 심각하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발언,논란을 빚었다. 목적이 정당하면 수단의 불법성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해 2월 두산중공업 근로자 배달호씨가 분신자살한 뒤 노사 갈등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노동부 수장의 발언이 나오자 파업은 더욱 과격한 양상으로 번져나갔다.

또 2007년 초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이랜드 불법 파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노조의 기대치만 높여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민주노총을 방문해 요구안을 들은 뒤 이랜드 사측에 전달하는 등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넘어서는 행보로 개별 기업의 문제가 노 · 정 간 문제로 비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랜드 사측의 협상카드 내용을 라디오 프로그램에 공개해 사측을 당혹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장관은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들에 대해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을 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혀 장기 파업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장관의 발언이 나온 뒤 당시 건설교통부와 한국철도공사가 "사실이 아니다"며 긴급 해명자료를 배포해야 했다.

현 정부 들어서도 노동 관련 이슈에 대한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 발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박희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복수노조 및 노조전임자임금금지 토론회에서 "복수노조 문제와 노조 전임자 문제는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맺고 있는 한국노총의 뜻대로 가면 될 것"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다. 여당 대표가 법과 원칙은 제쳐두고 일방적으로 한쪽 손을 들어주는 모습으로 비쳐졌다. 그는 또 "정부가 걸림돌이라면 한나라당과 한국노총이 힘을 합쳐 정부를 설득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경영계로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장기 파업으로 내홍을 겪은 쌍용차 사태 역시 국회의원들이 정치적으로 개입하면서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의 경우 "계획적인 쌍용차 죽이기"라며 "정리해고 계획을 철회하고 산업은행의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쌍용차 살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지금 당장 노조가 내놓은 방안을 수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